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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May 18. 2019

미국인턴 같이 왔던 친구의 이야기

산전수전 겪고 한국 돌아갔다가 1년만에 다시 돌아온.

2016년 초에 미국 인턴으로 온 동생이 있었다. 한국에서 K-MOVE를 통해 함께 미국 인턴을 준비하던 동생이었는데 뉴욕에 있는 회사에 합격하여 뉴욕에서 다시 만났다. 그 친구는 한국에서 영문학과를 이제 막 졸업했고, 미국에서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 보조 업무를 하게 되었다. 꼼꼼하고 조용한 성격에 영어도 잘 하니 일은 잘 할 것 같았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작은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을 할 정도로 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잡고 싶어했기에,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게 아무리 미국 경력이라지만 마케팅 쪽으로는 커리어 패스에 도움이 되지 않을텐데'라고 걱정은 되면서도, 우선 미국에 와서 일을 하면서 다른 기회도 찾을 수 있으니 그 다음은 그 친구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미국 인턴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친듯이 이직 준비를 하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정착을 하고 있었다. 워킹 비자 스폰도 해준다고 하니 비자 준비도 하고 있었다. 워킹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건 좋은 일이지만, '3년동안 워킹비자를 갖고 그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면 사회 초년생인 그녀의 커리어는 그 쪽으로 굳혀질텐데...'라는 우려도 들었다. 허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일이 잘 맞는다는 이야기도 했다.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마케팅 쪽으로 몇번 이력서도 넣어보고, 마케팅 관련 모임에도 찾아가고 있었다. 워킹 비자를 신청하고 다행히 로터리에 뽑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워킹 비자를 받기는 수월하지 않았다. 워킹비자에 대해 추가 서류 요청이 왔는데, 추가 서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만 한 묶음이었다. 아무리 준비해도 거절될 것 같다던 그녀에게... 그래도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서 제출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마케팅 모임을 다니며 미국 대학에서 석사를 해보고 싶다며 우선 어학원을 다니며 석사 준비를 해보면 어떨지 내게 물어왔다. 어쨋든 한국에 갔다가 미국을 또 오기는 쉽지 않으니, 거절당할지 모르는 워킹 비자 대신 학생 비자를 받아 어학원을 다니며 석사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녀의 부모님도 유학을 지원해준다고 하셨단다. 그녀는 학생 비자도 신청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비자가 아니라 f-1으로 신분 변경을 신청하는 것인데) 신청을 한 후로 결과가 오지 않고 있었고, 미국 인턴을 함께 준비하였던 친구들 중 엘에이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한국으로 대거 돌아가고 있었다. 미국 인턴을 온지 1년 즈음 되었을 때,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학생 비자 또는 워킹 비자를 신청을 했고 학생 비자를 신청한 친구들이 대거 거절 당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녀가 신청한 학생 비자도 거절당할 확률이 높아보였고 워킹 비자 추가 서류도 제출하였지만 큰 희망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벌기 위해 관광 비자도 신청했지만 말 그대로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아직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할 수 있는 모든 신분 변경을 시도한 그녀는 많은 고민 끝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그녀는 미국 인턴으로 온지 2년 즈음 되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갔다. 


*지금, 미국 내에서 신분 변경하는 게 사실상 굉장히 어렵다. 신분 변경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은 펜딩 상태라고 부르는데 이 기간동안 그 전 신분이 끝났다하더라도 신분 변경 신청이 허가가 나면 펜딩 기간동안 미국에 머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펜딩 기간동안 일정 기간이 넘어가면 불법 체류로 간주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일정 기간동안 신분 변경 신청 결과를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그리고 신분 변경 자체가 대부분 거절당하고 있다고 한다. 약 1-2년간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 


2018년 겨울,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미국 석사 유학 준비도 하고 취업 준비도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사람을 만난 게 정말 오랜만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저번 달. 2019년 4월, 그녀는 미국의 두 대학 석사과정에 합격을 하고 어떤 학교가 좋을지 내게 물어왔다. 그리고 둘 중 어느 곳으로 가든 7월이나 8월 즈음부터 학교가 시작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미국에 온다 고 한다. 2015년 말 그리고 2016년 초에 함께 미국인턴을 온 친구 중에 미국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든 다른 나라를 가든 다들 너무나 잘 지내고 있다. 나에게는 미국에 친구가 한 명더 생겨서 너무 잘 된 일이고, 그렇게 고생을 했지만 잘 극복하고 지금 또 이렇게 좋은 결과를 받아 다시 미국으로 오는 그녀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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