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읽고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

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읽고

브런치 이웃인 류귀복 작가님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았다.

그전까지 나는 채수아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이라는 것을.

읽는 내내 같은 질문이 머릿속에 머물렀다.

대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일까.

그 바탕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하기

작가는 말한다.

사랑은 미루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선택하는 일이라고.

“오늘 많이 사랑해주기.”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말이었다.

읽으며 특히 오래 붙잡았던 단어가 있다.

‘측은지심’.

이 단어가 책 속에서 유독 많이 보였다.

작가는 주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땀을 흘리는 청년에게 물티슈를 건네고,

몸이 좋지 않은 교사를 대신해 교감에게 건의하며, 상대의 사정을 가만히 듣고 마음을 보태는 일을

삶의 습관처럼 이어왔다.

그 마음 씀씀이가 때로 몸을 상하게 할 정도였지만, 누군가는 그 사랑에 기대어 하루를 버텼을 것이다.

상처가 사랑으로 바뀌는 시간

작가의 삶은 매순간 평탄하지 않았다.

상처가 많은 시어머니를 모시며 건강을 해칠 만큼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본인도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 상처가 다른 이들을 위한 마음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책은 보여준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상처를 사랑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아닐까.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처럼 느껴졌다.

선한 마음이 파동을 만든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다 바꿀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줄 수는 있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선한 마음이 파동처럼 번져가는 장면을 떠올렸다.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해도, 곁에 있는 누군가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리는 일.

그 작은 사랑이 결국 가장 멀리 간다.

하루만 잘 살면 된다

잔잔한 글속에 내가 붙잡을 문장이 많았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오래 붙잡았던 문장은 이것이었다.

“하루만 잘 살면 된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고, 결국 한 생이 된다.

하루를 잘 산다는 건 평생을 잘 살아가는 태도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작가의 문장은 소박하지만 단단했다. 오늘의 마음이 내일의 삶을 만든다.

그 확신이 문장 전체를 지탱했다.

초등교사로 살아온 작가는 학생들의 마음과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자기 언어로 정리해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을 피하지 않았던 시어머니, 상처를 남겼지만 결국 사랑으로 회귀하는 어머니의 기억. 그 관계들이 작가에게 사랑을 선택하는 법을 가르쳐준 셈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을 심는 것.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그 문장은 오래 남는다.

책이 건넨 마중물

이 책은 조용하게 다가와 오래 머문다. 다정하지만 약하지 않고, 따뜻하지만 흐리지 않다.

나는 책을 덮으며 한 문장을 마음속에 적었다.

“밝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내는 것, 그게 결국 사랑을 심는 일이다.”

지금 상처 속에 머물거나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두려운 이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권하고 싶다.

사랑은 먼 곳의 거창한 일이 아니라

오늘 여기에 두고 가는 작은 선택의 흔적이라는 걸

이 책은 보여준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나도 모르게 손을 한 번 더 내밀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더 천천히 귀 기울이고,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오늘을 한 번 더 따뜻하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사랑이란 결국, 내가 먼저 움직이는 작은 온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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