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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Jun 27. 2019

100분 토론 같은 독서 모임 손석희 같은 독서 모임장

지적 여행을 떠난다면


10년 전부터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약 1년 정도는 직접 독서 모임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독서 모임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도 도출해 보았죠.

독서에 왕도가 없듯이 독서 모임에도 왕도는 없기야 하겠지만 나름의 길라잡이가 되지 않을까 해서 적어봅니다.


이 글은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모임장을 위해서, 그리고 좋은 독서 모임을 찾는 분들을 위해서 씁니다.




1. 독서 모임은 모임장의 지식 자랑하는 곳이 아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모임장들은 대부분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적게는 100권에서 많게는 수 천권 정도 읽은 분들이 계시죠. 그래서 초심자보다 아는 게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임을 자기 지식 자랑하는 곳으로 활용하는 모임장을 봐왔습니다. 참여자들 이야기가 다 거기서 거기 같고, 그래서 내가 아는 지식을 말하고 싶은 모임장들이 많습니다. 주의해야 합니다! 자기가 참여자일 때나 자기 말을 열심히 해야지, 모임장일 때는 역할이 다릅니다. 정 가르치시고 싶다면 강연회로 따로 자리를 마련하시든지요.


모임장이라면,


자신의 지식을 참가자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토론 분위기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반대 의견을 제시해서 다시 재반론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고, 질문을 통해 점차 심화적으로 유도하여 깊이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장의 능력은 이런 데 사용돼야 합니다.


100분 토론의 손석희가 자기 얘기를 열심히 하던가요?


그러던가요?


오늘날 독서뿐 아니라 이런저런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참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이 이 모임에서 어떤 역할, 그게 사소한 일이지라도 뿌듯해할 만한 참여를 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모임장이라면 마땅히 이 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 이 함정에 빠질 때가 있으며, 제 모임을 스스로 평가할 때 가장 반성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 책 선정은 요리 재료 선정과도 같다.


유익한 책과 독서 모임 하기 좋은 책은 다릅니다. 분명 자기 혼자 곱씹을 만한 책은 있지만 그게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기 좋은 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더불어 모든 사람들이 깊이 있는 책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참여하는 사람 중에는 바쁜 회사 일이 끝나고 마음 편히 책을 읽고 싶은 분이 계시며, 그렇게 어려운 책을 읽고 싶은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전은 좋은 책일 수는 있지만 모임하기 좋은 책은 아닙니다. 책은 요리 재료와도 같아서 모임장의 실력이 좋아도 책 선정이 안 좋으면 얘기할 거리가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책은 따로 있습니다. 그게 베스트셀러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모임장이라면 이런 걸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럼 어떤 책이 좋을까요?


책 두께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모임장처럼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지 않습니다. 300페이지 이내, 소설이라면 400~500페이까지 적당합니다. 이 정도면 1~2주에 걸쳐 여유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이라면 사람들이 읽다가 지쳐 모임에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당히 쉬운 책이 좋습니다.

모임장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독서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야 되지 않나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적당히' 쉬운/어려운 책이라고 한 이유는 이 정도 책이라면 참여자들이 책으로부터 자기와의 연관점, 그리고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혜안과 지식들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선정도서로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다고 한 점은 그 때문입니다. 일부 독서 모임장들은 베스트셀러에 대한 지겨움이나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공감대와 이야깃거리 측면에서 볼 때 베스트셀러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저는 그래서 유시민 책이 좋았습니다.) 오히려 고전들이 모임에는 더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모임장 개인에게는 고전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고전은 책 속 예시가 옛 것이고 문장 구조가 딱딱하여 재미와 공감대,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적당히 쉬운 책이라도 진행 준비, 질문거리에 따라 얼마든지 심화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독서 모임장의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죠. 참여와 지적 유희, 두 마리 토끼를 독서 모임에선 충분히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독서 모임은 개인의 독서를 떠나 사회와 만나는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게 모임장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성장의 기회도 찾을 수도 있죠. 독서광, 독서 모임장들은 대부분 성장 욕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자신을 한층 업그레이드된 Leader of Reader가 되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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