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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Jun 28. 2019

좋은 독서에 대한 소소한 견해

평생 함께 할 책들을 위해


독서 모임 중에 꼭 나오는 질문은 독서법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독서를 할 수 있냐에 관한 것입니다.

보통 이런 질문이 나올 때 포함된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떤 책을 골라야 하나?

2.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나? 정독? 속독?

3. 마냥 책을 읽기만 하면 독서 고수가 될까?


독서란 게 별 거 없지만 이왕이면 검증된 방식으로 해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그래서 독서 모임에 참여해 물어보기도 하고요. 독서 방법에 검증이란 단어를 붙이기에는 애매하지만, 여러 독서 고수들의 의견과 관련 블로그, 무엇보다도 제 경험을 통해 여기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재밌는 책을 고른다.

제 독서 1원칙은 재밌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원칙을 실행하기 위해 100페이지까지는 일단 읽어봅니다. 왜 100페이지냐면, 여기까지는 책 지은 작가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앞에는 좀 재미없어도 뒤에 가서 본격적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그 예죠. 만약 100페이지까지 읽어도 재미가 없으면 과감히 덮습니다. 경험상 고전들이 보통 여기에 해당됐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전혀 없죠. 사람의 관심사는 제각기 다르고 재밌어하는 책은 모두 다릅니다. 처음 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선 재밌고 쉬운 책을 찾아가며 자기에게 맞는 책을 아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세상에 재밌는 책은 너무 많고, 우리의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이기적 유전자 앞부분은 참 재미가 없습니다.


2. 개인적으로는 정독, 속독은 글쎄..?

저는 정독으로 읽습니다. 읽는 스타일은 자기 성격과도 연관되지 않을까 해요. 속독으로 읽으면 책을 다 마친 기분이 들지 않아 불편하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이 속독으로 많은 보고서를 소화했다기에 욕심내 해보았지만 역시 성이 안 차더군요.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훌륭한 팩트풀니스 자료

개인적으로 속독은 단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독은 주로 예문이나 데이터 테이블 같은 부분은 건너뛰고, 중심 생각이 담긴 문장과 문단에 집중하는 방법이더군요. 하지만 작가가 내놓은 예시가 훌륭하고 편견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라면? 데이터 테이블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면? 이럴 경우 속독이 좋은 독서법인지 의문이 듭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어떤 부분이 우리에게 정말 유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지 모른다는 얘깁니다. 그 유익한 부분이 작가의 중심 생각이 담긴 문장일 수 있지만 아닐 때도 많습니다. 속독은 이 중요한 인연을 놓치게 만듭니다. 전 그래서 속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 한스 롤링의 '팩트풀니스'를 작가의 중심 생각만 읽으며 속독한다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예시들을 내 것으로 만들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배경지식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속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굳이 신경 써서 속독을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3. 독서를 잘하려면?

스스로가 독서 고수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되는 과정은 있습니다. 여기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A. 위에 말한 대로 재밌는 책을 읽는다. 여기서 이 책이 그저 그런 책이라면 여기서 끝낸다. 대부분의 책이 그렇다. 경험상 90프로 정도?


B. 괜찮다 싶은 책이라면 한 번 더 읽는다. 이미 읽었기 때문에 좀 더 빨리 읽을 수 있다. 앞서 읽으면서 이해 가지 않았던 부분을 이번에 제대로 파악하도록 노력한다. 괜찮은 예시가 있다면 기억했다가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써먹는 재미도 있다.


C. 정말 훌륭한 책이라면 독후감까지 써보자. 독후감 형식은 책의 요약이나 자신의 느낀 점도 좋으며 더 나아가 저자의 생각에 반대되는 글을 쓰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제야 이 책은 당신 것이 된다.


D. 독서 모임에 나가 책에 관해 토론해 본다. 같은 책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가진 다는 점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E. 당신이 이 책의 분야에 관심을 많이 느낀다. 그럼 참고 문헌의 책들도 찾아 읽어보자. 여기서부터 독서 고수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F. 저자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책까지 섭렵해 본다. 세계사로 예로 든다면,  서양의 우세는 점 처져 있다는 학파와 유럽의 승리는 우연일 뿐이다라는 학파의 대립이 있다. 가능하다면 논문까지 찾아 읽어본다. 당신은 이미 당신만의 견해와 관점을 가진 독서 고수에 가깝다.


E. 이 같은 과정으로 평생 간다. 당신은 더 이상 독서와 멀어질 수 없는 책쟁이다.




사실 독서 고수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한 권, 한 권 책을 읽어가며 성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 글이 자그마한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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