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by Y One

독서모임에 처음 나가면 다들 비슷한 압박을 느낀다.
뭔가 말은 해야 할 것 같고, 말을 한다면 똑똑해야 할 것 같고,
책을 다 못 읽었다면 들키면 안 될 것 같고. 하지만 실제 독서모임은 시험장이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느슨하고, 훨씬 인간적인 공간이다.
문제는 대부분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말을 ‘잘해야 한다고’ 믿어서 생긴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말이 막히는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현실적인 팁을 정리해봤다.


1. 처음이라면, 사람 많은 모임이 오히려 편하다
처음부터 소수 정예 모임에 들어가면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10명 이상 참여하는 모임은 의외로 안전하다. 말할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순서가 밀리고, 그 사이에 분위기와 규칙을 관찰할 시간이 생긴다. 다만 10명을 5명씩 나눠 운영하는 경우도 많으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처음엔 ‘참여자’보다 ‘구경꾼’에 가까워도 전혀 문제 없다.


2. 독서모임에서 말하는 건, 대부분 이 두 가지다.
막연히 “무슨 말을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나오는 말은 거의 정해져 있다. 하나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소설이든 자기계발서든, 한 문장이나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 다른 하나는 책 주제와 연결된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이다. 전문적인 지식일 필요는 없다. “이 대목에서 내 삶이 떠올랐다” 정도면 충분하다. 독서모임은 해설 강의가 아니라 각자의 독서 흔적을 나누는 자리다.


3. 꼭 ‘새로운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이 한 말에 덧붙여도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이 책 읽고 러닝을 시작했다”고 말하면, “나도 러닝하는데, 진짜 자기관리의 끝판왕인 것 같다” 이 정도만 말해도 대화는 충분히 확장된다. 이때 중요한 건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대화에 참여하고 있느냐다.


4. 못 읽었으면,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완독하지 못한 채 모임에 온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사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모임장도 마찬가지다. 제목이나 머릿말, 추천사만 읽고 그 인상이나 기대를 말해도 된다. 다만 이 카드는 너무 자주 쓰면 신뢰가 떨어진다. ‘가끔’ 써야 유효하다.


5. 정말 말이 안 떠오른다면, 후기부터 써보자
모임 전에 짧게라도 후기를 써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글로 한 번 정리한 생각은, 말로 꺼내는 순간 훨씬 수월해진다. 후기까지 남겼다면 모임에서 할 말이 아예 없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다음 단계: 발제 독서모임
독서모임이 익숙해졌다면 요약하고 질문을 만드는 발제 독서모임에 도전해보자. 이 단계에 오면 책은 더 이상 ‘읽은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이 된 것’에 가깝다. 여기까지 오면,
당신은 이미 독서모임 중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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