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월 히로시마 여행

by Y One

히로시마는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다. 4월 벚꽃 시즌에 맞춰 떠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으로만 접했던 원자폭탄의 상흔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다만 날씨 운이 그리 좋진 않았다. 비가 오락가락했고, 벚꽃도 아직 만개하기엔 조금 이른 시기였다.


여행 첫날, 바다 위에 떠 있는 신사로 유명한 이쓰쿠시마 신사를 찾았다. 하지만 방문 당시엔 바닷물이 빠진 상태라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은 아쉽게도 없었다. 게다가 가까이서 본 신사의 페인트 색이 꽤 강렬해서 오히려 멀리서 볼 때의 신비로움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목재 본연의 자연스러운 색감을 살렸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 날은 원폭 돔을 찾았다. 폭격 당시의 참혹함을 그대로 드러낸 채 보존된 그 잔해는, 말 그대로 전쟁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내게 더 인상 깊었던 건 돔 앞에 놓여 있던 작은 생수병들이었다. 안내문을 읽으니, 당시 생존자들이 마지막까지 극심한 갈증에 시달렸고, 유언처럼 남긴 말들이 “물 한 모금만...”이었다고 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오히려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그 '물 한 모금'에 담긴 절박함이 더 크게 와닿았다.



셋째 날부터는 벚꽃과 자연경관을 담고 싶어서 방향을 바꿨다. 히로시마에 있는 유명한 전통 정원에 들렀는데, 정원에서 관광객을 위해 자원봉사 중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그중 한 할머니가 적극적으로 안내를 자처하셔서 함께 산책하게 되었고, 대화 중 오타니 얘기로 한참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기억이 맞다면 오타니가 히로시마 지역 야구팀 출신이라 지역의 자부심 같은 존재였던 듯하다.)



넷째 날은 아예 외곽의 산골로 향했다. 묵던 호스텔 주인이 “거기 왜 가냐”고 물을 정도로 외국인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다. 깊고 시원한 계곡을 원 없이 볼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라면 설악산 정도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자연이었다. 2~3km를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이 인상적이었지만, 버스 시간 때문에 중간에 돌아서야 했던 게 좀 아쉬웠다. 참고로 벼랑과 인도 사이에 난간이 없는 구간도 있었는데, 안전 문제가 조금 걱정되긴 했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실 오꼬노미야키다. 매일 밤마다 다른 집을 찾아다니며 먹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맥주 한 잔 생각날 때마다 문득 그 맛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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