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코뿔소에 대해 생각하다
문학 속에 코뿔소가 등장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다른 맥락의 두 작품에서 같은 동물을 두 번 만났다.
하나는 밤을 지나온 코뿔소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코뿔소다.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전혀 다르다.
『긴긴밤』의 코뿔소 — 살아남은 존재의 무게
긴긴밤의 코뿔소는 무언가를 해내는 존재가 아니다.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끝까지 살아남아 버린다.
자기 종이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봤고,
그 기억을 안은 채 계속 걸어간다.
그래서 이 코뿔소의 삶은 축복이라기보다 짐에 가깝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조용하지만 묵직하다.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계속 살아도 될까.
『긴긴밤』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다만, 서둘러 덮지 않고 그 질문 옆에 오래 머문다.
『코뿔소』의 코뿔소 — 변해버린 사람들
반대로 코뿔소에서 코뿔소는 애초에 동물이 아니다.
여기서 코뿔소는 사람들이 변해간 결과다.
이성, 판단, 윤리를 하나씩 내려놓고 다수의 힘과 열기에 몸을 맡긴 사람들. 그들이 점점 코뿔소가 된다.
이 작품에서 끝까지 인간으로 남는 인물은 외젠이다.
그는 처음부터 강한 사람도, 확신에 찬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계속 흔들린다. 그래서 이 작품은 더 불편하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갈 때
혼자 남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같은 코뿔소, 다른 질문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는 또렷해진다.
『긴긴밤』의 코뿔소는
살아남은 뒤의 시간을 견디고,
『코뿔소』의 코뿔소는 살아 있기 위해 인간을 포기한다.
하나는 묻는다.
살아남아도 되는가.
다른 하나는 묻는다. 끝까지 혼자여도 인간인가.
어느 쪽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