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 -17-
브런치북 삼상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에 이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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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
"음료로 뭐 드릴까요? 커피나 차 드릴까요? 주스도 있어요." 동수 엄마는 자리로 안내하고 커피 머신으로 향했다. 커피를 마실 참인가.
"저도 커피 주세요."
카페에서 보던 커피머신이 집에도 있었다. 동수 엄마가 커피를 내릴 동안 아내는 빠르게 집 안을 훑어보았다. 빛나는 대리석 바닥으로 덮힌 넓은 거실을 따스한 채광이 채우고 있었다. 큼지막한 TV는 벽걸이형인데 분명 유명 브랜드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천장, 벽, 바닥까지 화이트톤이어선지 더 넓어 보인다. 우리집도 이렇게 바꾸면 더 넓어 보일까. 하지만 색깔 문제가 아니라고 아내는 생각했다. 이런 고급진 분위기는 색깔 하나 바꿔서 될 문제는 아니다. 집 전체에서 나오는 분위기 자체가 이렇게 다르구나. 남한 가족들은 다 이런 곳에서 보내는 걸까? 나도 이런 곳에서...
"동수 아빠 건강 때문에 달달한 디저트가 없네요." 동수 엄마가 커피와 함께 쿠키를 가져왔다.
"아, 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는데 잘 먹을게요."
동수 엄마는 맞은편에 앉았다. 저번 학부모 모임 때보다는 덜 꾸몄지만 고위 간부의 여사는 역시다. 몸가짐에서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아내도 다시 한번 속으로 자기 자신을 체크했다.
"근데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을까요?"
"그냥 이것저것. 아영 엄마와 자식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그때 이후로 모임에 오시지 않더라고요?"
모임이 그 후에 또 있었나?
"그게..." 아내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멋쩍게 웃었다.
"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속을 알 수가 없어요. 특히 남한 엄마들은 더 그래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뇨. 괜찮아요. 여사님과 다르게 저한테는 좀 안 맞는 곳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영 엄마가 보기에 저는 그곳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동수 엄마가 물었다.
"그게 남한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 게 아니라. 저희 집 형편 때문에 그곳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내는 조바심이 났다.
"형편..." 동수 엄마는 커피잔을 바라봤다.
"그래요. 자식을 키우려면 형편이 받쳐줘야죠. 그래서 우리 동수는 고작 남한의 대학이 최선인가 봐요."
"네?"
아내는 커피잔에서 시선을 거두어 동수 엄마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