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커뮤니티는 리더십이 다르다
"그냥 내일 만나는 게 어때?"
작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영광을 줄 수 있냐고, 3월 후반에라도 어떤지 묻는 요청에 흔쾌히 내일이라도 괜찮다고 했다. 강남구청역 근처 파스꾸치 카페, 1시 반. 인터뷰 수락에 대한 감사 인사와 첫 책 출간 축하를 겸해 선물로 무얼 고를지 고민할 시간이 없어서 역에서 보이는 꽃다발을 사들고 곧장 갔다.
카페에 들어가서 보니 노트북으로 무언가 작업하는 중이었다. 진한 베이지색 니트에 흑색 카디건으로 말쑥하게 입고 있는 조 작가 — 창오는 내 중1 때 친구다. 그때 당시에는 반장이었고, 지금은 창업을 하여 영상컨텐츠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학생 시절에도 항상 앞장서는 사람이었는데,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걸 보면 이게 그의 성향인 듯하다.
"조 작가님, 축하해." 꽃과 오글거리는 내 인사에 창오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미소로 답했다. 바로 앉자마자 옛 시절과 최근 근황에 대해 얘기했다. 인천에서 자랐던 친구는 대학생 때부터는 줄곧 독립해서 서울에서 성공을 꿈꾸며 살았다고 한다. ROTC를 거쳐 고려대 MBA에서는 모임 회장직을 맡았으며, 이것들이 밑거름이 되어선지 좋은 직장에 만족하지 않고 퇴사해 여기까지의 여정을 만들었단다. 창오는 나를 "중1 때부터 풍류를 아는 애"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창오를 유쾌하고 반장에 어울리는 친구로 기억했다. 지금 이렇게 같이 마주하고 보니 그 때의 성품이 변하지 않고 여기까지 쭉 이어져 온 듯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기질을 더 키워나가는 사람과 그대로 멈춰 있는 사람이 있을 뿐. 창오는 농구를 좋아하던 소년에서 자신의 삶을 일구는 개척자가 됐다. 인터뷰는 가벼운 질문에서 시작해 깊게 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가지로 뻗치기도 했다. 옛 시절을 아는 친구라는 권력(?)을 이용해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것들도 얘기하며 친구에서 시작해 작가로서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조창오: 대나무가 자라다 보면 마디를 한 번 형성하고 또 자라기 시작한다. 이 책은 나한테 그런 의미이다. 지금까지 해오고 느꼈던 일을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썼다. 동시에 책을 통해 나를 브랜딩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 리더십이 가져야 할 소양은 어떤 게 있을까?
조창오: 신체적 조건이나 기질 같은 타고나는 점도 있지만, 공감능력과 치밀함처럼 점점 성장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다.
나: 작가의 책을 읽으니 난 <워렌 베니스의 리더>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는 리더는 점점 성장하는 자이며, 동시에 진짜 자신이 되어 간다고 한다.
조창오: 나도 동의한다. 들어보니 매우 궁금해지는 책이다.
나는 가져온 책을 보여줬다. 조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이 책도 생각났다고 하니, 자기도 읽어봐야겠다고 구매하겠다고 한다. 책이 절판이라 내가 그냥 주겠다고 했지만 조 작가는 필요한 책은 중고라도 꼭 구매 한다고 한다. 이 책 외에도 리즈 와이즈먼의 <멀티플라이어>도 잘 어울려 추천해 줬다.
나: 조 작가 진행하는 모임의 참여 인원이 커지면서 테이블을 나누고 각 테이블 진행자가 진행하게 만들던데, 그 정도로 믿을만한 사람들을 어떻게 구하나?
조창오: 커뮤니티에 애정이 생기는 사람들을 가려낸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맡겼을 때 그에 대한 인센티브도 충분히 준다.
책에서 커뮤니티 리더십의 핵심요소에서 관찰력을 언급했다.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밝게 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고 우리 커뮤니티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지 분간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관찰력으로 책임감 있는 사람도 뽑을 수 있는 듯하다. 조 작가가 진행하는 커뮤니티의 강점은 조 작가의 영향력에 기반한 섭외력이다. 첫 연사로는 디즈니코리아 상무님을 초대했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베스트셀러 작가 분들과 유명기업에 있는 MBA 원우들을 초대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런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다 보니 조 작가의 모임에서 훌륭하고 책임 있는 진행자가 자연히 지원할 수밖에 없다. 한편 조 작가는 리더는 사람을 연결하는 큐레이터라고 한다. 목표를 가졌지만 연결 고리가 없는 사람들을 파악해 연결함으로써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게 리더의 힘이다. 조 작가가 진행하는 '자유와 성장'이라는 곳이 단순 일회성 '책모임'이라고 부르지 않고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때문인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성장에 기여하는 끈끈한 공동체이다.
휴식 겸 같이 걸으면서도 이야기도 했다. 아쉽게도 강남구청역 근처는 쉽게 산책을 즐길 장소가 없었다. 우리는 그냥 블록 주변을 걸었다. 나 역시 독서모임에 욕심이 많았기에 내가 계획하고 있는 벽돌책 모임에선 어떻게 사람을 모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네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래서 사람들이 올 만한 그런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짧지만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런 영향력이 있으려면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 생산해야 되는 게 아닐까? 조 작가는 '고해남TV'라는 유튜브 채널로도 끊임없이 자기 브랜딩을 했고, 유명인들과도 섭외가 될 때까지 연락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고 한다.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성실함으로 조 작가는 여기까지 만들었다.
나: 작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타인들을 먼저 빛나게 하는 서번트 리더십으로 표현했다. 혹시나 권력이나 마키아벨리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창오: 구식이 됐고,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큰 위기나 상황이 바뀌면 그런 리더십이 맞을 수 있다.
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스타일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창오: 트럼프는 미국의 건국 정신에는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의 현재 상황과 미국인들이 원하는 방향에서 그런 대통령이 탄생할 순 있어 보인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으로서 그리고 협상가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나: 지금 방향으로 쭉 발전하고 있다면 최종적으로 조창오 작가는 어떤 인물이 될 것 같은가?
조창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 하지만 정치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보여주고 싶다.
사회적인 문제? 이런 것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까 트럼프 얘기도 나왔고 이왕 하는 김에 더 묻고 싶었다.
나: 개인적으로 (싱가포르 총리인) 리콴유를 존경한다. 리콴유는 리더란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만약 작가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옳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이게 서번트 리더십과 충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창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타인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나 자신을 희생하며 먼저 보여주겠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들을 줄은 몰라 놀랐다. 요즘은 모두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쁜 시대가 아닌가. 희생은 종교나 문학작품에서나 볼 법한 단어라 진부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 들으니 새롭게 들렸다. 조 작가가 최고로 존경하는 인물은 이순신이라고 한다. 왜군을 물리쳤음에도 불구하고 옥살이와 고문을 받았는데, 그 후에도 출전을 하여 나라를 지키는 희생정신을 보여줬으니 조 작가도 그 정신을 가슴속에 담은 것 같았다. 나중에 희생정신과 함께 사회적인 문제도 해결하는 조 작가의 인터뷰는 다음 페이즈로 할 만하다.
원래는 세 시까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지만 시계를 보니 세 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시간 반 안에 한 사람의 삶을 알아보겠다는 건 너무 욕심이지 않았나를 인생 첫 인터뷰에서 느꼈다. 창오가 하는 업무가 있어 혼자 가도 된다고 했지만 친절히 역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결혼식이 다가오면 연락 달라고 했다.
책은 리더십에 관한 책이다. 동시에 조 작가의 성장을 담고 있으며, 작가와 책을 읽는 이의 성장을 기원하는 날개도 담고 있다. 혹시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닐까?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