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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법칙

by Y One

지난 10년간 읽었던 자기계발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카네기 인간 관계론』이었다. 이 책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법뿐만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될 만한 금언들도 많이 담고 있었다. 10년 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몇몇 구절은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읽은 책 한 권은 카네기의 방식을 비웃으며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바로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이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현대적 부활이라고 불릴 만큼 냉철한 현실주의를 담고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이 책을 읽은 사람과는 마주치기조차 두렵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 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짜 의도를 철저히 감추고,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할 것을 권한다. 카네기와 로버트 그린, 두 저자 모두 영향력을 얻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썼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카네기는 영향력을 얻기 위해 인격을 수양하고 타인을 진심으로 대할 것을 강조하지만, 로버트 그린은 망설임 없이 타인을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상당히 냉혹한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기억할 만한 문구나 인용구가 많았다. 예를 들어,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낫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면 통제권을 쥘 수 있지만, 사랑받는 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287쪽)


"희망은 남겨두되 절대 만족을 주지 말며, 훌륭한 후원자라 해도 늘 당신을 필요로 하게 만들라." (발타사르 그라시안)


아마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지나치기 어려운 명언들이 많았다. 게다가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대 우화와 역사적 사례들은 저자의 논리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원제인 『The 48 Laws of Power』에서 Power를 한국어로 '권력'으로 번역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 '권력'이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권력'이란 대통령이나 대기업 회장처럼 꼭대기에 있는 사람의 이미지지만, 이 책에서의 Power는 오히려 '실세'에 더 가깝다. 나폴레옹은 국가의 최고 수장이었지만 사실 그의 밑에서 푸셰나 탈레랑 같은 인물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했고, 키신저는 닉슨 대통령을 배후에서 움직이며 베트남 전쟁 종식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었지만 실제 권력은 최순실이나 김기춘이 쥐고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그렇다면 권력은 나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권력은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들을 대규모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권력은 인류가 개발한 그런 사람들을 움직이는 도구일 뿐이며, 그 목적이 올바른 대의를 위한 것이라면 선한 권력이 될 수 있지만, 개인의 탐욕을 위한 것이라면 악한 권력이 될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의 정당성 여부는 당장 판단하기 어렵고, 역사가 나중에 평가하게 되겠지만.


'권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느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볼 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다. 첫째는 자신이 그런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와 전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반대로 그런 사람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흥미롭다. 600페이지가 넘지만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중심이 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힌다. 이 책을 계기로 나도 비스마르크 같은 역사적 인물에 대해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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