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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by Y One

좋은 마약 입문서(?)가 나왔다. 영화 '울프 오프 월스트리트'를 볼 때, 주인공이 마약마다 다른 투약방법이나 헤롱헤롱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 책을 통해 왜 그랬는지 어느정도 해소됐다.


25p - 로마시대에 아편은 마리화나보다 훨씬 사랑받았습니다. 어느 시대나 최고 권력자는 전쟁과 암살의 위협으로 늘 불안한 삶을 살게 되는데, 로마시대 왕들은 그 불안을 주로 아편으로 다스렸죠.


27p - 하지만 과거 종교 의식에서 마약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기득권이 된 교회 입장에서는 마약이 시중에 돌아다니느 것이 굉장히 불편한 거죠. 새로운 종교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30p - 어쌔신, 암살자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아사신'이라는 이슬람 단어에서 왔는데,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남자들이 비몽사몽 일어나면 대마초, 여자, 음식, 과일 이런 것을 무한정 대접합니다. 그러면 대접을 받는 남자들은 천국에 온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되죠..."너희가 알라에게 목숨을 바치면, 알라는 너희에게 이런 천국을 주신다."


35p - (마녀사냥 당한) 당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많이 했던 일이 방직산업을 빼면 성접대부 아니면 조산원, 호스피스 같은 일이었죠. 지금으로 치면 의사, 간호사 같은 직업이니 아무래도 마약에 대해 박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37p - (구교가 지배했던 스페인과 달리) 신교와 구교가 치열하게 대립했던 독일, 스위스, 프랑스, 폴란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는 신교든 구교든 신나서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죽여댄 거죠.


51p -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은 대마 농장을 운영했습니다. 특히 제퍼슨은 대마 사랑이 남달랐는데, "나라를 지키고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첫 번쨰로 대마가 필요하다"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57p - 양귀비(아편, 모르핀, 헤로인). 아편에 물과 석회를 섞어 끓이다가 염화암모늄을 넣어 침전시키면 모르핀이 됩니다. 모르핀에 무수초산, 활성탄, 염산, 에테르 등등을 넣고, 다시 화학 처리를 하면 헤로인이 됩니다.


68p - 각성 효과가 있는 마약들의 공통점이지만, 메스암페타민을 복용하면 일의 효율을 두 배 정도 올려줍니다. 히로뽕이나 필로폰이란 이름이 익숙하지만 정식 명칭은 메스암페타민입니다.


90p -

각성제(흥분제)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사람을 각성시키는 마약입니다.

효과: 쾌락적 행복감, 도취감, 활발한 에너지, 흥분과 불안

종류: 코카잎 베이스, 카트잎, 히로뽕, 니코틴, 카페인


억제제(진정제)

각성제와 반대로 중추신경을 억제합니다.

효과: 나른한 행복감, 편안함, 수면, 마취

종류: 양귀비 베이스(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 물뽕, 케타민, 대마초, 알코올(술)


환각제

말 그대로 복용 시 환각을 보죠. 각성제나 억제제에 비해 신체적 의존성은 낮지만 정신적 의존성이 큽니다.

효과: 환각

종류: LSD, 아야와스카, 엑스터시


132p- 전 세계 마약 사용자의 70~80퍼센트는 평생 대마초만을 피웁니다.


138p - 미국에서 1년에 사망하는 사람 중에 담배가 원인인 사람은 44만 명 가량 됩니다. 알코올로 인한 사망은 8만 5000명, 동네 슈퍼에서도 구매 가능한 아스피린에 의한 사망도 7600명이나 됩니다...그런데 놀랍게도 대마초로 인한 사망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주인공들의 삶이 결정적으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이들이 마약중독자가 아니라 마약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들의 잘못이 '그들의 삶을 파탄 낼 정도로 큰 잘못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144p - 마찬가지로 마약 사용자 중 마약중독자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145p - 마약을 경험한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보다 자존감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 이건 너무 개소리. 중독자가 문제이니 중독자와 비교해야 한다.


이 책은 대마초를 지나치게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작가는 대마초가 중독성 있는 ‘하드 드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아니며, 개인의 통제 가능한 일탈 정도로 그친다고 본다. 그러나 대마초 합법화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구조적 영향을 수반하는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다. 마약 합법화 이후 단속이 느슨해지자,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이 네덜란드를 거점으로 삼기 시작했고, 이는 내부적으로도 하드 드럭 유통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단순 대마초 사용자조차 더 강한 약물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졌다. 총기 범죄나 살인 같은 강력범죄도 함께 증가하면서, 대마초 합법화는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위기 상황에서의 사회적 내성이다. 어떤 국가든 경제적·사회적 위기는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한국처럼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나라에선, 이런 위기 시기에 대마초에 대한 의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위기가 지나간 후에도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번 열어버린 마약의 문은 다시 닫기 어렵고, 그 여파는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

결국 대마초의 허용 여부는 단순히 ‘개인의 자유’나 ‘중독률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 안정성과 회복력, 그리고 공동체의 방향성에 관한 판단이다. 허용하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들어선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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