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였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를 떠올리며 책을 펼쳤지만, 소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쯤 되면 원작을 새롭게 각색한 감독에게 오스카상을 줘야 할 정도다. 소설 속 벤자민은 늙어가는 아내를 보며 혐오감을 드러내고,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는 데 거리낌이 없다. 사업가로서의 수완과 ‘남자다움’을 과시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며 — 동시에 외모는 젊어지면서 — 오직 자신의 영욕에만 몰두한다. 그런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벤자민을 완전히 깨뜨려버렸고, 실망감만 남았다.
불과 50여 쪽 분량이지만, 이걸 읽고 나니 『위대한 개츠비』를 읽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비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