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은 있으나 줄거리가 석연치 않다. 투우가 벌이는 일도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 속 살인마에 대한 연민인지, 어린 시절 각인된 애정의 잔재인지, 아니면 갖고 놀고 싶어하는지(조각이 그를 기억하는 척하는 장면에서 왜 반가워하는지?) 조차 설명되지 않는다.
강 박사 역시 조각이 가족에게 접근했음에도 무감각하다가, 갑작스러운 납치 이후에야 돌변하는 모습은 인물 설정을 무너뜨린다.
결국 이 작품에서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건 오직 조각 하나뿐이다. 다만 도입부의 살인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공연하게 대중교통에서 벌어진 살인은 인물 소개치고는 과도하고 생뚱맞다. 작가가 ‘멋지고 강한 노년 여성’을 그리고 싶었던 의도는 느껴지지만, 그 이상의 개연성과 서사는 따라오지 않는다.
결국 이 소설은 작가의 재능 낭비이거나, 단지 그 재능을 과시하기 위한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