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갈등에 관한 책을 벌써 네다섯 권쯤 읽었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부부 간의 갈등을 ‘애착’이라는 틀로 설명한다. 회피형이나 불안형 애착 유형이 문제의 핵심이며, 이는 주로 남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걸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그들의 ‘아버지’에게 닿는다. 많은 남편들이 자라면서 건강한 감정 표현이나 대화 방식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아버지는 가족과 정서적 친밀감을 나누기보단, 권위적이고 무뚝뚝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들은 결국 감정의 언어를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그러니 ‘대화’와 ‘공감’이 필요한 지금의 결혼생활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으로 남편들의 억울함도 이해는 된다.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아내나 아이를 때리지 않았고, 묵묵히 가족을 위해 일해왔다.”
이 말에는 그들 나름의 고투와 자부심이 담겨 있다.
문제는 ‘묵묵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폭력이 사라진 세대, 그 다음 단계는 ‘대화’와 ‘공감’의 자리다.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면서 기대치는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이들에게는 혼란과 당혹감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결혼생활도 배워야 한다.
감정 표현은 훈련이 필요하고, 대화는 기술이다.
“당신, 힘들었겠다.”
"당신, 그렇구나.”
이 짧은 말 한마디가 관계를 바꾸는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