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오브 서울(Aube Seoul)' 2025. 11
Aube Seoul x Peppers
거문고 산조(散調) : 가을 섬
Autumn Island
2025. 11. 27
주안상
- 가을 냉이 페스토를 곁들인 도토리묵
- 모약과 휘낭시에
- 상주 곶감과 까망베르
오브 서울 시그니처
- 문배주에 재워 구운 후 위스키와 식혜 소스를 곁들인 부채살과 송이버섯
- 유부초밥
- 닭 강정과 튀긴 가을 채소
- 분식 : 서울
- 가을 열매들
- 한과와 떡
- 무알콜 음료 2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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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조(散調) : '흩어진 가락'이라는 뜻.
하지만 이는 무질서한 흩어짐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변주(Variation)되고 발전하는 가락들을 의미합니다.
산조는 반드시 정해진 리듬의 틀(장단) 안에서 연주됩니다. 그리고 그 리듬은 느린 것에서 시작해 점차 휘몰아치듯 빨라지는 구조를 가집니다.
진양조 (느리게) : 모든 이야기의 시작. 한 음 한 음에 감정을 응축하며 깊이 사색하는 단계.
중모리 (보통 빠르기로) : 본격적으로 서사가 전개되며 감정이 쌓여가는 단계.
중중모리 (조금 빠르게) : 갈등이 고조되고 감정이 점차 격해지는 단계.
자진모리 (빠르게) : 감정이 폭발하기 시작하며, 화려한 기교가 펼쳐지는 단계.
휘모리 (휘몰아치듯) : 모든 것을 쏟아내며 절정으로 치닫는 단계.
2
여의도는 본래 비가 오면 잠기는 쓸모없는 땅, '너나 가져라(여의-도)'라고 불리던 바람 부는 모래섬이었습니다.
1968년, 여의도와 마주 본 밤섬을 폭파해서 얻은 자재들로 방죽을 쌓고 여의도는 '서울의 맨해튼'으로 기획됩니다. 다리가 놓이고 광장이 생기고 성공을 목표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오늘 여의도는 서울의 심장입니다. 증권가의 그래프가 1초 단위로 바뀌고 국회의사당에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방송국들에 세상의 모든 소식들이 모입니다. 오늘 여의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밀도 높고 숨 가쁜 곳입니다.
3
거문고는 흔히 '남성적인 악기'로 불립니다. 그 소리는 맑고 고운 가야금과 달리, 깊고 둔탁하며 때로는 거칩니다. 얇은 현을 뜯는 것이 아니라, 굵은 명주실을 '술대'라는 막대기로 내리치고(擊), 뜯고(彈), 밀어내는(推) 소리입니다. 이는 마치 잘 벼려진 칼로 도마를 내리치는 소리, 혹은 낮은 동굴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와 같습니다. 아름답게 포장된 소리가 아닌, 날것(Raw)의 소리에 가깝습니다.
거문고는 예로부터 연회에서 흥을 돋우는 악기가 아니라, 선비들이 방에 홀로 앉아 자신의 마음을 닦고 수양하기 위해 연주하던 악기였습니다. 그래서 '백악지장(百樂之丈, 모든 악기의 으뜸)'이라 불렸습니다. 즉, 거문고의 소리에는 기교 이전에 연주자의 사상과 철학이 담겨야 했습니다.
4
주안상의 3가지 요리들은 진양조의 느린 장단으로 고요한 가을섬의 자연을 읊습니다. 가을 냉이와 달래의 달고 쓸쓸한 식감이 도토리묵을 덮고 모약과와 곶감 오림이 조용히 곁들여집니다.
옛 반가에서 육포를 만들 때 밀로 담갔으나 은은한 돌배 향이 난다 하여 문배주라고 불리는 곡주에 홍두깨살을 재워 준비했습니다. 그 레시피를 변주하여 소 부채살을 문배주와 흑설탕에 재운 후 소나무에서 자라는 표고와 송이를 곁들여 준비했습니다. 솔잎 태운 향을 입히고 식혜 소스를 살짝 끼얹었습니다.
점차 장단이 빨라지며 유부초밥, 닭 강정과 튀긴 가을 채소, 그리고 현대 서울을 상징하는 거리의 분식들이 빠르게 스쳐갑니다. 휘몰아치듯 절정에 이른 장단을 가을 열매들과 한과가 서늘하게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