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10 에디션 서촌 쇼케이스

프로젝트 '오브 서울(Aube Seoul)' 25. 10. 17~19

by 고은세


안녕하세요. 저희는 우리나라의 농장과 원물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을 하고 F&B 컨텐츠로 풀어내는 '오브 서울'입니다. '오브(Aube)'는 프랑스어로 새벽이라는 뜻으로 새벽이야말로 가장 농장과 닮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준비한 요리들은 박노해 시인의 '푸른 빛의 소녀가' 시를 주제로 한 '다과상'입니다.

'푸른 빛의 소녀가'를 읽으며 저희가 느낀 것은 깊고 어둔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광활하고 아득한 우주였습니다. 이번 다과상은 소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밝고 찬란한 낮입니다. 지구에서 무엇이 아름다운지 묻는 소녀에게 주는 저희의 답입니다.

농장의 하루를 다섯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담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걸음 : 이슬 맺힌 아침
오이와 배, 그리고 어린 잎

사람들은 이슬을 떠올리며 맑고 싱그럽다고 생각합니다. 깨끗하고 청량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농장에서 가장 이슬과 같은 맛일 것이라고 생각한 원물들은 오이와 배, 가지입니다. 한 층 한 층 쌓은 원물들을 레몬 껍질과 꿀, 식혜로 만든 즙에 살짝 재우고 딜꽃을 올렸습니다. 어느 하나 강한 뉘앙스의 맛과 향 없이, 원물들의 섬세하고 조화로운 맛의 균형을 통해 아침에 과수원길 나뭇잎에 맺힌 이슬의 맛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걸음 : 젖은 땅과 나무
감자 전과 사과 처트니

땅을 은유하는 작물인 감자는 전으로 부치고 나무를 은유하는 작물인 사과는 처트니로 만들어 같이 곁들였습니다.

나무껍질의 질감을 보여주고 싶어 계피 껍질을 부숴서 올렸고 레몬 타임 이파리로 나뭇잎을 형상화했습니다. 이 둘은 원물 입에 넣었을 때 바로 느껴지지 않고 씹을 때마다 다양한 뉘앙스가 느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세 번째 걸음 : 한낮의 태양
곶감과 치즈, 그리고 호두

태양이 빚어낸 오브제인 곶감과 서늘한 어둠이 빚어낸 오브제인 브리 치즈를 같이 곁들여 극적인 대비를 통해 서로의 감칠맛을 극대화하였습니다. 부드러운 질감이 지루할 수 있어 부순 견과류를 곁들였고 레드 쏘렐을 한 잎 올렸습니다.

네 번째 걸음 : 해 질 녘 노을
유자 증편과 밤 퓌레

새벽에 막걸리로 발효시켜 찐 증편 위에 유자청과 밤 퓌레, 완두콩싹을 올렸습니다.

해 질 녘 노을은 산등성이에 부딪히며 아름답게 부서져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저희는 '단 맛'을 4가지로 해석하여 노을처럼 따뜻하고 다채롭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막걸리 효소의 부드럽고 풍성한 단 맛, 유자의 스쳐가는 바람과 같은 향기롭고 아릿한 단 맛, 밤 퓌레의 사랑할 수 있는 일상과 같은 포근하고 깊은 단 맛, 완두콩싹의 싱그럽고 은은한 단 맛을 담았습니다.

마지막 걸음 : 밤의 속삭임
생강편과 사과대추

매운맛과 단 맛은 삶을 위로하는 맛입니다.

두 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생강차를 한입거리 요리로 형상화했습니다.
야생화 벌꿀에 1시간 졸여 설탕옷을 입힌 알싸한 생강편을 얇게 썬 방울토마토와 사과대추 위에 올렸습니다. 과수원길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내일의 여정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