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세 번째 병원

(1부) 평범한 삶이 멈추다.

by 고호

출국일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병원 일을 더 미룰 수 없을 것 같았다. 두 번이나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 한쪽에 남아 있는 찜찜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멀리 떠나기 전에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미리 알아봐 두었던 청담동의 외과를 찾아갔다. 지방종 제거를 전문으로 한다는 병원이었다. 접수를 하고 잠시 대기하는 동안 나는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작은 수술 하나 하고 끝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병원에서 지방종이라고 해서 제거하려고 합니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초음파부터 한번 보겠습니다.”


나는 벌써 세 번째 초음파라 익숙하게 어깨 승모근을 드러냈다. 의사는 초음파 기계로 승모근 부위를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낯선 흑백 이미지가 나타났고, 나는 별생각 없이 그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사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아주 미묘한 변화였지만 분명했다. 의사는 화면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더니 잠시 말이 없어졌다. 초음파 화면과 의사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나는 그 짧은 침묵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뭐지.’


잠깐 어색한 시간이 흐른 뒤, 의사가 입을 열었다.


“멍울 형태랑 위치가… 조금 좋지 않네요.”


나는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지방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방종이 아니면 그냥 다른 종류의 멍울이겠거니 했다. 어차피 제거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제거하면 되는 건가요?”


의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육종일 수도 있겠습니다.”

“육종이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내가 되묻자 의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연부조직에서 생기는 종양인데...

정확히 확인하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합니다.”


나는 여전히 그 말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육종이 어떤 병인지도 몰랐고, 그게 얼마나 심각한 의미인지도 몰랐다. 그냥 조금 다른 종류의 멍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제가 곧 장기간 출국을 해야 해서요.

그냥 제거하고 가면 안 될까요?”


하지만 의사의 표정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암일 수도 있어서요. 먼저 조직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잠깐 말이 막혔다.


“암…이요?”


내 입에서는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의사는 곧바로 검사 준비를 했다. 작은 수술실로 이동해 멍울 일부를 채취하는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국소 마취를 하고 주사 바늘로 근육 안쪽 멍울의 시료를 채취했다.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검사가 끝난 뒤 다시 진료실로 돌아왔다.


“검사 결과는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결과를 좀 빨리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출국이 얼마 안 남아서요.”


의사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최대한 빨리 도와드릴게요.”


그날 병원은 샘플을 긴급으로 외부 검사기관에 보냈다. 목요일 오후까지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의사도, 간호사도 정말 세세하게 챙겨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병원 밖으로 나오니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거리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 다니고 있었고 차들도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상황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 주 금요일까지는 어학연수 비용을 완납해야 했다. 머릿속으로는 목요일에 결과를 확인하고, 금요일에 비용을 완납하면 되겠다고 정리하고 있었다.


그날은 몰타 출국까지 D-17이었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07화7. 두 번의 장례식, 마지막 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