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평범한 삶이 멈추다.
나는 몰타 어학연수 준비로 설레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운동을 한 후 승모근 쪽이 뭉친 느낌이 들어서 손으로 눌러 보며 셀프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오른쪽 어깨 승모근 근육 라인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어느 지점에서 잠시 손이 멈췄다.
'어라...이거 뭐지?'
처음 만져보는 느낌이었다. 손가락 아래에 작은 덩어리가 잡히는 느낌이 분명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겠지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신경이 쓰였다.
그 후 운동을 하다가 어깨 쪽 통증이 발생하여 동네 정형외과에 갈 일이 생겼었다. 병원에 가서 의사가 어깨 초음파 검사를 하며 화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순간, 승모근에서 만져졌던 작은 멍울이 떠올랐다.
“선생님, 여기 뭔가 만져지는 게 있는데요.
이것도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의사는 손으로 그 부분을 잠깐 만져보더니 초음파를 그쪽으로 가져갔다.
화면을 잠깐 확인하더니 말했다.
“단순 염증 같아요. 크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대답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을 나오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괜히 혼자 걱정했던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다가 다시 손이 그쪽으로 갔다.
‘괜찮다는데…’
뭔가 찜찜함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며칠이 지났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어느 날 다시 그 멍울을 만졌을 때 느낌이 조금 달랐다.
'뭐지..갑자기 커진 것 같다.'
병원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편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그쪽으로 손이 갔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가만히 있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그 부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괜찮다는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결국 다시 다른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더 편해질 것 같았다. 초음파 검사를 다시 했다. 의사는 화면을 잠깐 보더니 말했다.
“지방종 같아요. 크게 문제 될 건 아닙니다.”
“굳이 제거 안 하셔도 돼요.”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작은 덩어리 같은 것이 보였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사가 괜찮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처음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했고, 두 번째 의사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다.
곧 장기간 해외로 나갈 예정이었다. 몰타 어학연수를 준비하고 있었고 출국 날짜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멀리 가기 전에 이런 건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제거는 간단한가요?”
“간단한 수술이에요. 원하시면 제거하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어차피 작은 수술이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온 뒤 지방종 제거를 해주는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음 날 병원에 한번 가볼 생각이었다.
그날 저녁이었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회사 동기였다.
“요즘 회사랑 연락 끊겨 있잖아.”
“그래도 형한텐 알려야 할 것 같아서.”
목소리가 조금 무거웠다. 동기의 장인상이었다.
장례식장은 익산이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내일 병원에 가볼 생각과 몰타 출국 준비, 그리고 방금 들은 부고 소식이 뒤섞여 있었다.
그날 밤은 괜히 마음이 어수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