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사비맛 찹쌀떡 Apr 30. 2022

소비자의 감춰진 책임

기업에게 질문해봅니다.


세상을 가장 빠르게 읽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저는 마케터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이라는 트렌디한 주제는 당연히 마케팅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의식하여 기업의 광고, 제품의 디자인, 경영 방식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진정성 없이 마케팅 수단으로만 친환경을 내세운다면 단번에 '그린워싱'이라는 오명을 받겠지만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기업이 반응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친환경 경영을 선언했다고 할지라도 기업은 태생부터가 성장과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환경을 위한 일임에도 어쩔 수 없지요. 소위 ‘환경을 위했다’는 포장으로 덮인 제품이라도, 우리 손에 넘겨지는 비용에는 제품의 디자인, 제조, 광고, 유통, 그리고 처리라는 전 과정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인 제품 수명 마지막 단계, 버려지는 순간에 대한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 대부분이 아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 대형 폐기물을 버릴 때 관할 주민센터에 신고하고 비용을 내야 되는데, 이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신고를 해야 하는 수고도 당연히 소비자의 몫이고요. 그래도 이렇게 처리가 되는 제품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제 경우에는 몇 해가 지나 자외선 차단율이 떨어진 선글라스를 처리하고 싶었으나, 일단 1)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고, 2) 시간을 들여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3) 속 시원한 대답은 찾을 수 없고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는 답이 제일 많았습니다. 4) 선글라스나 안경의 알을 버리고 테만 개도국 등으로 수출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으로 보내기엔 배송비를 자부담해야 한다고도 하네요.


어쩌다 보니 소비자들이 제품의 처리 비용(시간적, 금전적)을 부담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환경에 무해한 처리 방법까지 고려한 제품으로 만들어 주면 어떨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아로마티카 제품은 폐기 방법까지 친절하게 용기에 표시되어있던데, 이처럼 제품 전 과정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표준이 되는 사회도 곧 올까요?


아로마티카 제품



제가 보기에는요, 우리는 개인의 커리어에 대해서는 '어디를 갔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몸값을 높이려 고민하고 계획하잖아요. 그런데 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어떤 나라로, 이 사회를 어떤 미래로 만들고 싶은지는 생각하지 않나요?


예를 들어,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공원이 많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던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처럼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선택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던지, 미세먼지가 완전히 없어지는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던지. 솔직히 이런 상상 해보신 적 있으세요? 


“에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센트럴파크를 만들어. 그 정도 부지가 생기면 아파트를 올려야 돈이 되지.”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로? 경기에서 서울까지? 자동차 옆에서 자전거 타봤어? 목숨 걸어야 돼.”

“미세먼지는 이제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게돼.”


혹시 이렇게 반응하셨나요? 그렇지만 상상이라는 것은 원래가 현실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지금의 상황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일단 고민해보고 계획해보고 시도해보면 새로운 가능성과 방법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Car-Free Day in Brussels (2017)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소비자와 기업, 국가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는 명백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관심이 유행처럼 번졌다가 금방 사그라들까 봐 조금 걱정이에요. 한번 사그라든 유행이 다시 돌아오려면 10년 이상의 주기를 돌아야 하던데, 그때가 되면 이미 지구는 살기 매우 매우 힘든 곳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잖아요..?


최근 발간된 IPCC 보고서에서도 앞으로 딱 3년, 2025년까지만 '지금처럼' 살 수 있으며, 그 이후부터는 빡센(!)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빡센 변화가 있다면 50% 정도는 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가 아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날의 환경에 대해 질문하고 꿈꾸고 상상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우리가 원하는 나라, 살아가고 싶은 미래를 꿈꾸어 보고,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