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장기전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거주지이면서도 흔히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매 년 등록된 인구 수인 70만 명가량, 혹은 그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을 정도이다. 관광업이 주요 산업으로 발전할 만큼 제주도는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크게 떨치고 있다.
그러나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정도로 머물다 가는, 소비하는 곳으로써의 제주도가 아니라 거주지로서의 제주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이런 것 처럼.
내가 사는 곳, 자주 가는 곳에 전에 없던 쓰레기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
늘 지나다니는 길인데, 차량이 많아져 도로에 정체가 늘어나고 주차도 어려워졌다.
좋아하는 단골 식당인데, 이제는 대기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어 자주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조금 느린 속도로 걷고 쉬기에 좋아서 종종 갔던 오름인데, 이젠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잔디도 많이 상했고 분위기도 달라진 것 같아 가지 않는다.
이와 같은 변화를 두고, 너 때문에-라고 손가락질 하긴 너무나 쉽다.
예전 같지 않아서 피해라고 여겨지는 상황의 억울함,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 앉은 부담감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기후 변화가 기후 위기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야.
개발업자에게 허가를 내주며, 오염시설에도 규제를 완화해 줬던 정부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었어.
관광객들의 무책임한 여행으로 쓰레기가 많아졌어.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만연한 세대 때문이야."
원인 제공자에 대한 일종의 마녀사냥식 포장을 언론이나 인터넷 담론을 통해서 쉽게 접해왔다. 자극적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통로를 단번에 차단시켜 간단히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이처럼 거주지로서의 제주도를 지키기 위해 괜히 관광객을 탓할 수도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안타까운 자연 파괴의 모습. 아름다웠던 환경, 질서 있던 삶의 방식이 어긋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 가슴이 아프다. 그 문제를 없애고자, 해결의 방법을 찾고자,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책임을 전가할 명분을 제공하진 못한다 생각한다.
기후 위기는 장기전이다. 남 탓하고, 진영을 구분하고 분열된 채 해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연합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할 힘이 생길 뿐 아니라, 결국 기후위기, 환경 문제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자연이니까 싸우고 이기고자 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문제나 잘못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해결’이라는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 많이 남지도 않았다는데, 뭐하러 남 탓을 하고 시간을 허비하는가!.
우리나라 몇 안 되는 오뜨꾸뛰르를 추구하는 이광희 패션 디자이너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한 단어로 이렇게 표현했다.
책임감
책임감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나의 것’에 대한 책임 의식도 물론 필요하지만, ‘너의 것’을 존중하고 내 것처럼 아끼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를 닮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