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용품의 비밀
스타벅스의 2022년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가 생각보다 호응이 뜨겁지 않다는 기사를 접했다.
3잔의 시즌 음료를 포함하여 17잔을 마시면 선착순으로 굿즈를 주는데, 여태껏 스타벅스의 여름, 겨울 굿즈는 인기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한 번에 17잔의 음료를 주문한 뒤 음료는 다 버리고 상품만 가져갔다는 고객의 이야기, 웃돈을 더해 중고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된다는 이야기 등. 나 또한 지인들에게 커피를 쏘며 17개의 스티커를 적립하느라 마음 급했던 적이 많다.
그런데 왜 올해는 스타벅스의 시그너처 행사인 프리퀀시 이벤트에 큰 반응이 없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굿즈 자체에 대한 기획이 부족했다기보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그만큼 높아져서라고 생각한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고, 기업의 이모저모를 꼼꼼히 공부한 뒤, 진짜 친환경 기업인지 판단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가치 소비란, 간단히 말해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아무 제품이나 사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제품을 굳이 찾고 구매하는 소비를 뜻한다. 소비자의 구매가 기업에 좋은 메시지로 돌아와,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힘이 나고, 그런 기업이 더욱 많아질 수 있는 선순환을 이루는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가치소비를 하기가 쉽지는 않다. 친환경제품이 많지 않아서? 물론 그런 점도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제품 모두가 친환경 라인업이 있지 않으니까. 지역에 따라 구매가 어려운 유기농 상품도 있을 수 있다.
여자니까 피할 수 없는 소비재가 바로 여성용품인데, 일단 여성용품 자체가 너무 비싸다. 여성에게는 단순 소비재라기보다 필수재인데, 가격이 너무하다 싶다.
몇 년 전 유럽에서 지낼 땐 유기농 여성 제품으로 골라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느꼈다. 실제로 유럽 국가는 여성용품을 필수재로 구분하여 세금을 받지 않거나 감면을 크게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유기농 여성용품을 구매하려면, 좀 플렉스 해야 한다..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마음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라면, 차라리 기존 제품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가를 낮춰야 할 것 같다.
판매가가 낮으면, 기존 제품보다 더 저렴한데 심지어 친환경이야? 그럼 당연히 더 많은 소비로 이어질 것 같다. 가치 소비자가 아니어도 살 것 같다. 나조차도 친환경 제품이 눈앞에 있어도, 일단 가격 낮은 제품으로 먼저 손이 가는 편이니까.
기업에서 ‘우리도 친환경 제품을 내놓았어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소비자에게는 ‘가격이 비싸면 친환경이어도 안(못) 사요.’라는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친환경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그 제품이 주류가 될 수 있고, 다른 제품들도 이어서 가격을 낮춰 친환경 제품으로 라인업을 재구성하게 될 것 같다. 기업의 이미지는 저절로 친환경적이다-!라고 바뀔 것이고.
사진출처 Eduardo Soare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