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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Nov 16. 2022

여행은 좋고 한국은 더 좋다

Day 16


여행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몸이 여행의 끝자락을 감지한 듯 피곤을 이기지 못한다.


간신히 눈을 뜬 아침, 캐나다의 심벌과도 같은 팀 홀튼(Tim Hortons)에 가서 커피와 도넛을 사 들고 온다.

우리나라의 스타벅스처럼 골목마다 자리하고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팀 홀튼을 우리나라의 어떤 브랜드와 비교할 수 있을까. 더블더블이라는 캐나다 시그너쳐 음료, 메이플 도넛이라는 올 시즌 페이보릿 메뉴가 있는 전 국민의, 전 국민을 위한, 전 국민에 의한 브랜드. 커피 브랜드 하나가 이렇게 큰 존재감을 가지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 어려운걸 팀 홀튼이 해내고 있다. 따뜻한 커피와 달달한 도넛으로 아침잠을 깨워본다.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는 도넛이 그렇게나 맛있다. 혈액을 타고 당이 쭈욱 온몸을 돌며 에너지를 주는 느낌에 꽤 기분이 좋다.




캘거리에서 남은 이틀, 부지런히 다녀야 아깝지 않겠지만 왠지 조금 늘어지고 싶다. 나른함을 이기고 싶지 않아 한숨 더 잠을 청해 본다. 오로라를 보고 록키 산맥을 보면서 처음 보는 진풍경에 마음도 두둥실 떴고 몸도 조금 긴장을 했었나 보다. 며칠 지냈다고 캘거리 숙소가 집 같은 느낌인지, 투어에서 돌아오니 굳었던 몸이 사르르 풀리고 떠올랐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식사 메뉴를 정하고 식당을 고르는 건 여행기간 대부분 나의 몫이었다. 매일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다. 식당이 그렇게나 많지만 메뉴는 그다지 다양하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간 컵밥도 질리도록 먹었고, 스테이크는 무려 3번, 햄버거 2번, 일식 라면 2번, 베트남 쌀국수 2번에 돈카츠, 초밥, 멕시칸, 이탈리안 등 정말 다양하게 시도했다. 대부분 ‘먹을 만한 괜찮은’ 정도였고, 충격적으로 짠 음식도, 놀랄 만큼 맛없던 음식도 있었다. 캐나다가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니 이해는 하지만, 장기 여행객 입장에서 맛있는 음식이 없다는 건 조금 힘든 일이구나 싶었다. 앨버타 주는 소고기가 유명하다고 해서 잘 알려진 스테이크 집도 가 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맛있었다고 기억되는 게 애피타이저로 먹었던 생굴(fresh oyster)이었다. 좋아, 오늘 저녁은 oyster를 메인으로 먹어보자!




생각해보니 여러 메뉴를 골라 먹으면서 새로운 식문화를 많이 접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거의 모든 식당에서 ‘box’가 필요하냐고 물었던 것. 아무리 음식이 조금 남았어도 남은 음식을 싸가는 일이 굉장히 흔했다. 팁을 받는 문화라 그런지 웨이터가 (서비스 차원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데 사실은 그 때문에 오히려 우리 대화의 흐름이 끊길 때가 많았다. 굴을 먹으면서도 웨이터는 밥을 다 먹고 어디 가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캘거리 타워’에 갈 생각이라고 답했고, 웨이터는 놀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나의 대답에 ‘아 그래서 캘거리 타워에 가려고 하는구나.’ 서울 사람이라고 남산타워 안 가는 건 아닌데, 캘거리 사람은 캘거리 타워에 안 가나 보다.


캘거리 타워


그래도 캘거리까지 와서 야경은 한 번쯤 봐야지 싶어서 선택했던 캘거리 타워였다. 작은 동네의 귀여운 불빛들을 보며 ‘내가 캘거리에 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났다. 아니, ‘이제 곧 캘거리를 떠난다’는 점이 더 와닿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야경은 뭐니 뭐니 해도 서울 야경이 최고다. 하룻밤을 더 자면 한국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지겠지. 금세 익숙해진 캘거리로 돌아왔다는 편안함에 쏟아지는 잠을 자며 쉬었던 하루. 그러나 속으로 진짜 ‘집’으로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겨우 굴이 아니라, 모든 맛있는 것들이 다 있는 my country. 아무리 좋은 나라를 다녀도 역시 한국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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