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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Dec 05. 2022

삶을 바꾸고 싶다면?


#2. 두 번째 이야기. 조주연 동시통역사






1. 소중한 순간을 마음에 두며 오늘도 고객을 만나러 나갑니다



통역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니 그만큼 새로운 영감, 남다른 아이디어의 원천이 늘 주변에 있다고 말하는 조주연 통역사. 



조주연 통역사는 최근에는 Exit Strategy라는 Harvard MBA course도 수료했는데요, ‘나라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까, ' ‘나라면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들까' 라며 한층 더 깊이 생각해보던 경영학도 답게, 경영과 마케팅이라는 기본기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었다며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일하다 보면 궁금한 점이 계속 생기고,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갈증이 생기고, 그 부분을 메꿀 수 있는 공부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고 고백해요. 70이 훨씬 넘은 한 회장님도 “이 나이에도 매일 하나씩 더 배운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아직도 배움을 재미있게, 쉬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며 영어는 거뜬히 숙달했기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을 때에도 어딜 가나 ‘영어 잘하는 직원'이었다고 해요. 영어 잘하니까 외국인 앞에서 피티도 해야 했고, 영어 잘하니까 임원 통역도 해야 했던 만능 직원으로 패션 회사, 글로벌 화장품 회사, 그리고 광고 회사를 거칩니다. 영어 하나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통번역대학원에 가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죠. 영어를 잘하는 것과 통역을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고, 처참하게 깨지며 배워야 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영어를 완전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했던 신선한 충격이, 자신을 차례대로 빚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였습니다. 



“아 내가 열심히 하면 뭔가 될 수 있겠다.”라는 가능성이 되게 좋았습니다.




대학원에서 통역을 공부하면서 또 갓 졸업하고 프리랜서 통역사로 시장에 나와서 보던 선배와 교수의 모습은 마냥 멋있기만 했습니다. 멋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는 일은 다 선배들에게 돌아가는 것만 같았고, 정작 몸으로 부딪히는 일만 하고 있다고 느낀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아침부터 지방에 있는 사업장으로 가서 수행 통역을 했던 초창기 일들이 지금의 조주연 통역사를 만든 피와 살이 되었던 경험들입니다. 그렇게 몸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시기는 그때밖에 없으니까 더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이제 저에게는 몸으로 부딪히며 배울 수 있는 통역 기회는 잘 오지 않아요. 그러니 계속해서 성장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굴려서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야 해요. 혹시라도 편안함에 빠지거나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요.”





2. 지속가능성을 배웁니다. 부러 애쓰지 않아도 돼요.



우리나라는 워낙 속도가 빠른 나라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광고산업이야 말로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분야입니다. 기업 홍보 광고라던지 공익광도도 그렇고 대게 30초, 빠르면 15초 안에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광고가 소위 4대 매체라고 불리던 언론 채널을 벗어나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 올라타서 조금 더 마이크로(micro)하고 콤팩트한 메시지의 광고가 뾰족하게 타게팅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또 하나는 광고의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TBC에서 봤는데,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의 슬롯(slot)을 이용해서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더라고요. 분명 광고라고 하기엔 너무 길고,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길이였어요. 광고가 마치 하이브리드라는 옷을 입게 된 것 같았어요.



시청자들에게 마치 대화를 하듯, 신입 기자 한 명이 나와서 우리가 가졌을 법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얘기해 주는 광고였어요. 새로운 개념인데 조금 어렵고 복잡해서 외면해 버릴 수 있는 주제, 예를 들어 ESG 경영이라던지 수소차라던지, 그런 이야기를 우리가 그저 듣기만 하면 되도록 쉽게 설명을 해 주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광고 타임인데, 그 무의식적인 시간에 정보를 집어넣는 거죠. 환경에 대한 지식과 가치를 이제는 무의식 속에서도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비록 아직은 그걸 보고 있는 사람보다는 채널을 돌리는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만약 끝까지 이 광고를 본다면 쉽게 설명했기 때문에 10명 중 2~3명만이라도 알아 들었을 거라는 기대가 있을 거예요. 지금은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무의식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해요. 환경 단체에서 빙하가 녹고 있는 영상을 틀어준다고 해도 그저 영화 같다는 느낌일 뿐, 현실감이 떨어지잖아요. 우리도 북극곰 좋아하고 남극의 펭귄 보면 짠하고, 그렇지만 너무 먼 얘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야 기후가 조금 이상하다, 홍수가 이렇게 심하진 않았는데.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사실 광고계 크리에이터들은 넛지(nudge)할 수 있는 환경 메시지를 광고에 담으려고 이미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어요. 다만 그 광고를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사실 브랜드가 쥐고 있잖아요. 브랜드에서 컨펌을 해 줘야 광고를 낼 수 있는 건데,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당장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결국 광고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책임도 있는 거죠. 광고주들은 소비자가 반응을 보일 듯 한, 그러니까 지갑을 열 만한 광고를 만드는데 돈을 쓰는데요, 지금껏 소비자들은 대의를 위한 가치, 환경을 위하거나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보다는 당장의 만족을 위한 광고에 반응해 왔으니까요. 그래서 소비자의 행동과 산업의 결정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광고가 우리의 무의식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는 거예요. 아직은 더딘 속도지만 점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3. 명상의 시간이 주는 에너지로 살아갑니다.




원래 잠을 많이 자지 않는 편이지만, 아침에는 새벽 4~5시에 눈을 뜨곤 합니다. 물론 저도 일어나기 힘들어요. 자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하지만 새벽 동이 트고, 해가 떠오르며 하늘색이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면 피로를 잊을 수 있어요. 자연이 주는 회복력을 아침에 얻는 거죠. 명상과 같은 효과를 주는 그 시간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제겐 힘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파트나 고층 건물이 빼곡한 곳에서 살아야 하니 하늘을 보거나 산, 바다를 경험할 기회가 너무 적어요. 그러다 보니 ‘환경? 나와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요. 



제가 한창 유럽 출장이 많았던 시기가 있어요. 2018-2019년도였던 것 같은데, 정말 걸어가면 한 블록에 하나씩 녹지가 있고 공원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그 넓은 공원에서 자연과 부대끼며 누워있고, 쉬고, 놀다가 와요. 자연이 가깝고, 자연에서의 쉼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삶에 여유가 있는 것 같았어요. 유럽에서는 그렇게 길만 걸어가도 뭔가 힐링된다고 할까, 기분도 되게 좋아지는 경험을 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다시 앞 차의 브레이크 등만 바라보고 교통 체증에 묶이게 되었어요. 그때는  저도 창문 열면 아파트 앞 동에 살았거든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일한 뒤 돌아와도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았어요. 눈앞으로 앞 동이 보이고 그러니까 너무 삭막하잖아요.



그래서 숲이 있는 곳, 강이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 거예요. 저는 이제 그 자연이 주는 힐링이 힘이 있다는 걸 몸이 알아버렸어요. 자연이 왜 필요한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말해 주면 금방 까먹어 버리죠. 그런데 몸으로 느끼고 경험해 보면, 그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어요. 



사람들이 자연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해요. 



전체 인터뷰는 유튜브 <오와한자연>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

Youtube: https://www.youtube.com/@owh_earth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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