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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Dec 07. 2022

날 열심히 살게 해 준 것

#3. 세 번째 이야기. 김세은 번역가



1. 책임 있는 자유를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꽤 오래 자유로운 워크 라이프를 즐겨오고 있는 김세은 번역가. 지금은 캐나다 캘거리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세은 번역가도 처음부터 프리한 사회생활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첫 직장은 학교였어요. 정해진 틀 속에서 상사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면 되는 곳에서 누군가는 분명 편안한 안정감을 느끼겠지만, 김세은 번역가는 오히려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다, 장소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집중하게 돼요. 나의 재능은 무엇일까 탐구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아갈 업무 시스템을 그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오로라를 보며 로키산맥을 보며 일하고 있어요. 일이 낭만적이 될 수 있더라고요.



여행하면서 돈도 버는 삶이라, 모두가 부러워할 인생이죠. 그런데 불안하지 않아요?





프리랜서가 마주하는 자유로운 선택지는 때로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가 되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디지털 노매드의 현실이에요.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는 준비 자세가 필요하기도 해요. 즉흥적으로 사는 성향이지만, 그래도 저축을 하고 여러 일을 벌이는 등 내 생활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들이는 준비와 계획이 필요합니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어야 자유를 주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유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어야 해요. 그래도 내가 원하는 길로 내가 찾아간다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한계를 넘거나 틀을 깨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전 심장이 뛰는 걸 느껴요.”



2. 틀을 깨니 다시 심장이 뛰는 기분이에요.



워낙 여행을 좋아했지만, 김세은 번역가의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준 여행이 있었어요. 올 초 미국 서부에서 12박 13일간 캠핑을 했던 경험인데요. 그 전에는 도시에서만 살면서 점점 삶에 흥미를 잃어가던 시기가 있었다고 해요.



“왜 이렇게 감흥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아직 살 날이 많은 인생인데, 어디서 어떻게 울림을 느낄 수 있을까. 무기력하고 재미없는 날들이 이어지는 것 같았죠.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에 한 친구가 캠핑을 제안한 거죠. 여행은 주로 도시로, 예쁜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는 호캉스를 즐겼던 터라 처음엔 춥고 딱딱한 곳에서 하는 캠핑을 ‘사서 고생하는 짓’으로 이해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방식과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서 선뜻 친구를 따라나섰어요. 4월이면 봄일 텐데 춥긴 또 얼마나 추운지 내내 운전해서 이동해야 하는 거리와 열악한 환경에 힘들었지만 이 여행이 김세은 번역가에게 결과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되어줍니다.


그랜드캐년에서 일출을 본 날



“그랜드 캐년을 이번에 다시 갔어요. 예전에는 가이드와 함께 유명한 스폿에서 사진만 찍고 이동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캠핑 사이트에서 하루를 지내며 그랜드캐년의 일출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내가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을 누리고 있는지, 당연하게만 생각하던 것에 감사하게 되더군요. 그 순간 결심했어요. 앞으로 내 여행은 이렇게 자연을 보고 경험하는 여행으로 채우자고요.”




자연은 억지로 만든 게 아니잖아요. 해외의 유명 도시를 여행하면서 예술 작품도 많이 보고 했지만, 그때 느낀 감동과는 또 달라요. 내면의 수양이 되는 것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3. 열심히 살았으니, 더 열심히 살아가야죠!



자연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머무르는 여행을 하다 보면 말로만 듣던 이상 기후 현상도 직접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데스밸리의 경우, 55도까지 올라가서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인데요. 천년만에 큰 비가 내려 이상기후가 현실이 되어 버린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요. 주로 도시에서만 지내는 우리는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현상에 상대적으로 적응할 여지가 있는 편입니다. 추우면 옷을 껴입고 더우면 에어컨을 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연에 있으면 기후변화에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죠.


데스밸리에서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던 자연의 이상기후 현상이 어느새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캐나다에서도 작년에 서부 지역에 큰 산불이 났어요. 캘리포니아 지역처럼 캐나다에서도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횟수예요. 점점 잦아지고 있고, 산불 진압도 어려워지고요. 한국에서는 잘 몰랐지만, 내가 사는 곳인 캐나다에서 산불 뉴스를 들으니 정말 내 삶의 테두리까지 기후변화가 다가왔구나 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보는 이 자연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까. 다음 세대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을까.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캐나다 오로라의 도시, 옐로나이프에서



자연을 여행하는 일은 상당한 불편함이 따릅니다. 그렇지만 자연이 주는 분명한 치유가 있어요. 나이가 들어 갈수록 익숙한 것만 찾게 되고 ‘하고 싶은 것’ 자체가 없어지기 마련인데, 자연을 다녀온 후 김세은 번역가는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걸 경험하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도시 여행만 이렇게 예쁘고 유명하다는데 찍고 돌아다니면서 그게 여행인가 보다 했겠죠. 내 삶에서, 인생 전체에서, 정말 손톱만큼만 알고 살았다고 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자연은 가르쳐 줍니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많구나,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준 것 같아요. 그렇게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있다는 것만 해도 너무 살아갈 이유입니다.”



이제껏 열심히 살았다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자고 말하는 김세은 번역가.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평범한 오늘도 건강한 자유와 책임감을 동력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체 인터뷰는 유튜브 <오와한자연>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

Youtube: https://www.youtube.com/@owh_earth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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