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에 대한 고백

by 빙고

"너 이제 빨리 취업해."

"그래~~~"


상대가 나를 위해서 하는 말임은 안다. 그리고 나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사실을 남에게 굳이 또 듣는 건, 그 나름의 아픔이 발생한다. 나의 인생에 만족하며 잘살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나의 인생이 잘못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며 당당하게 사는 것 같지만, 남들의 시선에 이렇게 약하다. 겉으로는 강한 척을 하지만, 사실은 와장창 멘탈을 가지고 있다. 그저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누군가가 나를 쏘면 그냥 넘긴다. 반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말이 길어질수록 아픈 건 나더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그래~~~ 웃으며 받게 됐다.


아픔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아픔은 꽁꽁 숨기고, 혼자서 곱씹고 곱씹는다. 마음이 아프다고,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아픔이 다른 누군가에게 무거운 짐이 되지 않을까, 이런 걸 다른 이에게 말해도 되는 것일까, 이런저런 걱정이 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보다는 혼자서 꾸욱꾸욱 담아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스스로 그 아픔에 대해서 정리가 되면, 그제야 누군가에게 말한다. 별일 아닌 듯, 지나가듯이 아주 가볍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빠밤~ 나 진짜 그때 힘들었다?" 웃으며 말하지만, 마음이 살짝 찌릿찌릿하다. 그리고 눈물이 살짝 핑 돈다. 나만 느낄 정도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다 보면, 갑자기 도중에 눈물이 핑 돈다. 심할 때는 눈물이 팡 터지기도 한다. 옛날부터 그랬다. 면접처럼 진지한 분위기에서도 그렇지만, 그냥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그런 적도 있다. 왜 그러는 걸까? 일단은 부끄러움이 가장 큰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익숙지 않기도 하고, 말하면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면 그 자체로 부끄러움이 폭발한다.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진다. 내 이야기를 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부끄러워할 일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내 이야기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단정 지었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됐다.


그럼에도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겼고, 그때마다 '정말 못한다. 나만 내 이야기를 못하네.'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못한다고 안 하니까 더 못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또 다른 두려움이 생겼다. 내 이야기하는 법을 영영 까먹을까 봐. 못하는 게 바보 같아서 피했을 뿐이지, 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욕망은 있었던 것 같다. 그 욕망을 터뜨릴 타이밍을 만나게 된 것이고. 부끄러워도 내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는 다짐을 했다.


나의 모든 것을 꺼낼 수는 없고,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씩 늘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말이 아닌 글을 통해서. 글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다듬어서 보여줄 수 있으니까. 바로바로 내뱉어야 하는 말보다는 부담이 조금 덜하다. 물론 기록으로 남는 것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글을 쓴 그 순간의 나는 그러했다고 남겨보기로 한다.



나 스스로 가졌던 두려움에 총을 쏴 본다. 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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