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웃어보기
안녕 나는 내가 가끔
도깨비인가 싶기도 해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한가찌게 밥 한술 먹으려 하면
내가 주문하기도 전에
손님들이 막 들어와
결국 내 음식은 뒤로 밀린다.
길 가다가 우연히
사람이 없는 미용실을 발견하곤
들어가서 손님 대접받을라 치면
또 부리나케 예약 전화가 울리거나
갑자기 손님들이 들어오곤 해
옷 가게에 가도 그렇고
그냥 별생각 없이 옷장에서 오랜만에 꺼낸
친구가 예전에 준 중고 스카프 하나에도
주변인들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지.
'새로 샀나 봐?'
관심의 중심에 있고
이유 없는 애정을 받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인데
가끔 나는 피곤하고 무섭다.
내 삶의 의미는
남들에게 복을 나눠주는
도깨비 같은 걸까?
나의 매일매일은 소소한 일상인데
그것들이 반짝이며 빛나 보이고
때로 시기질투 속에 놓여있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인 걸까?
세상에 태어나서
잊히며 사는 삶보다는
부지런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피곤한 삶이 나은 걸까?
삶은 재미있다.
프리즘에 비추어
비가 오면 어둡고
비 그치면 무지갯빛이고
해가 쨍쨍하면 그냥저냥 맑음.
매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삶은 그 자체로 신기하다.
비바람 불 때 나 지켜줄
우산 비옷 장화 갖춰두고
내일도 언제 오늘 울었냐는 듯
외로웠냐는 듯
나는 방망이 든 도깨비 마냥
겁 없는 얼굴을 하고 또,
길을 떠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