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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각시 Dec 09. 2019

<생각을 빼앗긴 세계> 내 생각은 조종당하고 있을까

[1000자 리뷰 02]

<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클린 포어


잠에서 깨서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가 내려야 하는 결정은 총 몇 개나 될까. 어떤 뉴스를 읽고,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떤 길로 이동할지 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선택지들을 마주하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은 누군가의 간섭 없이 오롯이 나의 의지로만 이뤄지는 걸.


프랭클린 포어는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테크기업이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를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기업이 일상 속에 침투하며 우리의 삶은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펼치지 않아도 구글이 정해준 경로대로 따라가면 되고, 옷이나 화장품을 살 때에도 SNS상에 뜨는 맞춤 광고를 이용하면 굳이 내게 맞는 상품을 찾으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뇌가 됐다고들 한다. 결정을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알고리즘에 위탁한 우리는 기계와 한 몸이 된 걸까. 프랭클린 포어는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운용하는 '기업'들과 한 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사고를 기계에 아웃소싱하면 사실은 그 기계를 운영하는 기업에게 아웃소싱하는 거라는 점이다”(p98)


이러한 아웃소싱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사색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는 테크기업들이 자유지상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상 독점을 불가피한 것이라며 옹호하고, ‘개인의 해방과 공동체의 연결’을 주창하지만 뒤로는 데이터를 축적해 ‘정신의 초상화’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초상화는 사람들의 일상과 습관을 패턴화해 인간을 ‘예측 가능한 존재’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기계를 거부하며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생각의 자동화를 시대 변화에 따른 숙명이라고 받아들인 채 체념해버리는 것도 답은 아니다.


저자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진 못한다. 다만 기술 진보가 가속화되더라도 우리의 일상과 습관은 여전히 우리의 것임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택과 결정을 기계에 위탁하더라도 사색의 여유를 잃지 않고, 주체적 태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테크기업의 위협 속에서도 자유의지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저자의 낙관을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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