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 물을 받았다, 나를 위해
올해 3월부터인가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에 나의 일상은 말그대로 all-stop되었다.
나는 없고 누구누구의 엄마만이 남았던 2020년.
친구들 만나 수다떨기도 쉽지 않았던 한해
육아의 전쟁터에서 한발짝 물러나 동지를 찾는 심정으로 방앗간 드나들듯 들락거렸던 맘카페에서는
"엄마는 언제 쉬나요"
"혼자만의 시간을 한시간이라도 가지고 싶어요"
"너무 지쳐 눈 밑이 떨리네요"
...
그날그날 나와 비슷한 나이대, 유사한 상황에서,
하루가 저물기를 기다리는 엄마들의 아우성이 매일 올라왔다.
그래도 내 아이 내가 보는데 우는 소리 말아야지.
하며 꾹 참다가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욕조에 물을 받았다, 나를 위해.
하루 10분 샤워할 짬 내기도 어려운 나날인데 오늘 마침 첫째와 둘째가 동시에 낮잠에 들었고
이 귀한 한 시간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단이다.
욕조에 비누거품을 내고, 물을 받고, 갈아입을 옷과 바디로션을 준비하고
탕에 들어가 앉는데
왜이렇게 눈물이 나지.
두 아이들을 위해서는 매일 저녁 하는 일상같은 이 일이
대상을 바꾸어 나를 위해 하니 그렇게나 호사스럽게 느껴질 수 없었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내 몸은 부모님으로부터 얻은 것이니 내 몸 대하기를 부모님 대하듯 조심하여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요즘 시대엔
엄마 아빠 죄송해요,
불효녀는 웁니다.
2020년 우리엄마 생일날에, 엄마 샤워시켜드린지 어언 4년은 넘어가는 듯한 불효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