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 Sep 07. 2021

향수의 향수_ 크리스틴 아벨 마드모아젤

내게 가장 강했던 프랑스의 이미지. Marguerite Duras.




Top Notes Lemon, Bergamot 
Heart Notes Lily of the valley, Jasmine, Freesia 
Base Notes Vanilla, Musk, Amber


크리스틴 아벨의 마드모아젤이라는 향수를 썼다고 하면 다들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이 갸우뚱 거리곤 했다. 일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니치 향수* 는 아닐 뿐더러, 한국에서도 크게 인상깊게 자리한 브랜드는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많은 검색을 거쳐서 겨우 찾아낸 브랜드였으니 말이다. 한국에 입점한 적은 없고, 오로지 해외 직구로만 살 수 있었던 이 향수는 내가 처음으로 받은 향수였다. 샤넬 넘버 파이브는 첫 '향기' 였다면, 이것은 '직접적 소유' 로서 그 의미가 다르다. 


 향수를 주신 것은 작은 이모다.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두 아들을 키우고 있으며, 화가인 남편과 결혼해 지금껏 쭉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나의 이모. 거진 5년, 10년에 한 번 꼴로 만나는 듯해 우리는 늘 낯설었지만, 어린 시절 작은 이모가 선보여준 '프랑스의 맛' 은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우리의 낯섦을 상쇄해 주고는 했다. 이모는 요리를 잘 했고, 우리 집에서 머무는 내내 종종 식사를 차려 주었다. 빵에 발라먹는 초콜릿 스프레드는 누텔라가 전부였는데 견과류 맛이 더 강하게 나는 탁틴을 바른 빵에 우유를 탄 커피의 맛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프랑스에 가고 싶었고, 더 먼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 때는 책임질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모에게 종종 프랑스에서의 삶은 어떤지, 나는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메일로 털어놓곤 했다. 이모는 내 삶을 응원해주었고, 나는 그런 다정한 응원으로 미래에 대한 커다란 꿈을 꿨다. 지금은 조금 달라진 방향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는 것도 어쩌면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들 속에 이모가 내게 남겨준 향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작은이모와 친하냐고 물어보면 사실 고개를 끄덕이기란 쉽지 않다. 가족이란 것이, 많은 앙금들이 푹 쌓여서 고여 있는, 그러면서도 끝까지 붙어 있어야 하는 운명 공동체 아닌가. 이모와 나 사이에도 향수를 쓰는 동안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종종 시큼하고 코가 찡 울릴 정도로 화가 나는 일도 있었으며, 슬프고 마음이 아려오는 일도 있었다. 결국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프랑스에서 그가 행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 모든 일들이 가라앉은 향수는 지금도 내 방 한 구석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남아 있다. 분명히 향수로서의 가치는 상실했을지 몰라도, 기억으로서는 아주 특별한 향수인 마드모아젤. 


오늘은 향수의 먼지를 털어줘야겠다. 



* 니치 향수 : 고급 브랜드, 조향사가 섬세하게 제작하여 만든 향수. 조 말론, 톰 포드 등 10만원 이상대부터 가격대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향수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성 곧 인간, 비존재 곧 존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