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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웰제이드 Aug 29. 2024

이혼 소식을 언제, 누구에게, 어디까지 알려야 할까


  말 그대로다. 이혼 소식을 언제, 누구에게, 어디까지 알려야 할까. 결혼 소식을 누구에게 알려야 하는지, 청첩장을 어디까지 줄 지고민했지만, 이혼 소식은 더더욱 그랬다. 물론, 내가 먼저 알릴 생각은 없다. 


  회사에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 이직한 지 오래되지 않은 직장이기도 하고, 평생직장이 아니라 떠날 직장이다. 내 사생활로 괜한 불편한 공기를 만들고 싶지 않고, 이혼의 과정을 겪는 동안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멀쩡하게 출근해서 일은 똑같이 하니까 말이다.  

  "여름휴가 계획 있어요?"

  "이번 추석연휴 때 연차 붙여서 좀 길게 유럽에 다녀오려고요.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좋겠네, 남편이랑 같이 가요?"

  "네(니요)."

  나는 이혼하면 나를 위해 여행을 떠날 참이었다. 그 당시에는 본인이 돈을 조금 더 잘 번다며, 본인이 양주 10만 원짜리를 사는 것은 괜찮지만, 내가 테니스 모임 가는데 1만 원 쓰는 것으로는, 나를 지적해 대고 그마저도 하지 못하게 공격을 하는 그였기에, 돈에 집착하는 남편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돈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유럽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혼자 가는 여행인데, 남편과 같이 가는 여행이 된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솔직하게 혼자 간다 말하고, 그들은 '너무 재밌겠는데? 잘 다녀와!'라고 말해주지만, 회사에서는 굳이 논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 아기 생기기 전에 여행 많이 다니는 게 좋아. 아기 낳으면 한동안 멀리 여행은 못 가니까, 저도 신혼 때 여행 많이 다녔어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최대한 추가 질문을 막아본다. 간혹 '남편이랑 어떻게 휴가 일정을 잘 맞췄어요?', 또는 '어머, 너무 좋다. 추석 연휴에 양가 부모님 댁에는 안 가도 되는 거야?' 등의 파생 질문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야기로 돌린다. 간혹 이런 질문으로 이어지면, 영혼 빠진 채로 '연휴 전에 미리 다녀와요'라며 어떻게든 둘러대고 심지어는 지어내는 말이 섞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나 스스로에 묻는다. '너 지금 뭐 하니?' 그리고 답한다.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야.'


  서로의 생일, 그리고 연말에는 빠짐없이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1년 동안 5번씩, 10년을 넘게 인연을 이어왔다. 한 친구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또 다른 친구는 오랜만에 연애를 시작했다. '그래, 말하지 말자...'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물론 이야기할 셈이다. 언제가 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은 말해도 되겠어!' 또는 '지금이야!'라는 게 느껴질 때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혼 소식을 알리는 것이, 남편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그때의 내 감정들을 호소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내 가족에게, 가족이니까 응당 공유해야 하는 것처럼,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친구니까, 그래서 소식을 전한다는 마음뿐이다. 내가 시간이 지나 늦게 말을 하게 되더라도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그런 상황이 왔다. 예를 들면 테니스 모임에 나가는데, 테니스는 혼합복식으로 경기하기 좋은 스포츠이고 그렇기 때문에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가 나갔던 모임은 더욱 그랬다. 심지어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아빠가 서로 육아를 번갈아 가며 부지런히 새벽 테니스를 나오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자친구 있으세요?'가 아니라 '결혼하셨어요?', '아, 그러면 아이 있으세요?'의 질문이 먼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결혼했었어요'라고 말하기에도 난감하고, '이혼 중이에요', 또는 '돌싱이에요', '다녀왔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과한 사생활 정보인 것 같다. 괜히 찬물을 끼얹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아니요'라고 하고 만다. 이혼을 하면서 괜한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이혼 이야기를 터놓은 지인은 대부분 결혼한 언니들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유부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결 편하다. 내 주변에서 이혼은 내가 두 번째이기에, 이혼 1호인 친구는 재혼을 했고, 1호 친구를 제외하고는, 결혼조차도 하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혼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다.

  친구들에게 이해나 공감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친구들은 분명 내 편에 되어줄 것을 알지만 여전히 망설여진다.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유부녀 언니들에게 이야기하면 많은 걸 설명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언니들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굳이 자세하게 묻지 않는다.



  현재는 남편과 이혼 위기를 뒤로 하고, 관계 회복 단계에 있다. 각자 개인상담을 받고 상담받은 내용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을 공유하고, 일상생활에서 노력하고 있다. 법원에서 받아 온 협의이혼확인서를 구청에 제출할 수 있는 기간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남편은 지금까지는 이러이러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을거라고 했다.

  남편은 이혼 통보 했을때, 인스타그램에서 사진도 먼저 삭제하고 팔로우를 끊었고, 그 이후 달이 지났을 때 숙려기간 끝나기 전, 나도 이어 삭제를 한 것이었는데, 남편은 노력하기로 하자마자 나에게 팔로우를 또 신청해 온다. 나는 보류하기로 한다. 그런 팔로우에도 지인들이 예민하기보다는 둘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염려를 하기도 할 테니, 그냥 두고 지켜보기로 한다. 나도 그들에게 우리의 상황을 생중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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