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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웰제이드 Aug 23. 2024

"별 일 없지?"


  "별 일 없지?"

  인스타그램 DM으로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이 네 글자를 보는 순간, '헉'하며 당혹스러움이 먼저 찾아왔고 그 다음으로는 고마움이 밀려왔다.

  '별 없지?'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같다. 안부를 묻는 똑같은 글자이지만 '잘 지내지?'와는 정말 다른 느낌을 준다. '잘 지내지?'는 'How are you?'라고 물어보면,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되받아치면 그만인 질문으로 느껴진다. 반면 '별 일 없지?'는 나에 대한 관심과 염려, 애정 등이 단번에 느껴져서, '응, 별 일 없어. 잘 지내. 너도 잘 지내지?'라고 단순히 답하기가 어렵다. 


  "인스타그램 사진 다 삭제한 것 같아 걱정돼서 연락해봐."

  그렇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남편이 연애시절 찍어줬던 사진부터, 웨딩 사진, 결혼식 사진을 차근차근 삭제하다보니 '어떤 건 남겨두고, 어떤 건 골라내야지' 기준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장기연애를 한 탓에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훨씬 많았고, 그렇게 결국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먼저 당혹스러웠던 것은, 누군가가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볼 줄 몰랐다! 그래서 '별 일 없지?'라는 연락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을 못했다. (내가 너무 무던한건가?) 나는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는 편이 아니고, 다른 사람 피드를 시시때때로 들어가서 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 삭제가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칠 거라곤 손톱만큼도 생각 못했다. 아니, 걱정은 커녕 누군가 볼 거라고 생각 안했다. 

  그리고 곧이어 고마웠다. 나의 작은 변화를 보고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낌새를 차렸다는 게, 그리고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고 걱정이 담긴 안부 연락을 보냈다는 게 고마웠다. 


  잠시동안 고민했다. 사실대로 별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아야 하는 지, 아니면 그냥 사진 정리한 것 뿐이라고 잘 지낸다고 말해야 할 지. 내가 지인들에게 이혼에 대해 이야기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내 속을 먼저 들여다봤다. 지금이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생각의 정리도, 감정의 정리도 됐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우선은 잘 지낸다고 답변을 했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나중에 만나게 되거나 통화를 하게 되면 그 때 제대로 이야기해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별 일 없지? 그냥 뭔가 뜸해서"

  정말 신기하게도 똑같은 네 글자가 또 다른 친구에게서 왔다.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카카오톡 메세지가 온 것이다. 

  "뜸하다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나한테는 그게 별일이라 오늘 좀 행복한데?"

  속으로는 '나 근데 정말 이렇게 걱정 끼칠 줄 몰랐어... 근데 고마워...'라고 생각하면서도, 최대한 어물쩡 넘어가 본다. 

  "그래서 별 일 없는 거 맞지? 인스타그램 사진은 왜 지웠대."

  "응, 괜찮아 잘 지내."

  

  하루에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 하나만 있어도 그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이다. 나를 염려해주는 지인의 말 한마디로도 며칠을 잘 보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또 다른 힘든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에게 나도 연락을 보내본다. 그 친구에게도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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