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잉웰제이드 Aug 26. 2024

"Welcome to 유부월드."



  '유부월드로 떠나온 나는 역이민을 하게 될까 아니면 여기에 머물게 될까?' 고민이 이어졌다. 

  이혼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현재의 과정에서, 유부월드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찰해보기로 한다. 


  "Welcome to 유부월드."

  친구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Welcome to 유부월드'라고 말하며 유부녀, 유부남이 되는 그들을 환영했다. 

  말 그대로, 결혼은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다. 싱글의 세계, 기혼자의 세계 '유부월드'는 좀 다르다. 70억 인구 개개인 모두가 다르듯,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에 뛰어드는 일이자,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았던 일들이 펼쳐지는 인생 연극 2막과도 같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서만 살다가,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가면 이질적인 것 투성이다. 사람들이 일하고, 먹고, 놀고, 생활하는 행위는 전세계 어딜가나 비슷하겠지만, 문화나 환경은 생판 다르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측면도 있지만, 타국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말하는 방식, 생활하는 방식 등이 미세하게 다르기도, 아주 극명하게 다르기도 하다. 

  결혼을 해도 항상 그래왔든 여전히 출근해서 일하고, 먹고, 쉬고, 주말을 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바뀐 점이 없어보이고 내 인생은 흐르던 대로 흘러가니까 결혼을 하고도 한동안은 실감이 안나기도 한다. 우리만의 공간인 신혼집이 있고, 매일 만나는 남편이 있고, 가족이 확장되어 명절과 양가 부모님의 생신은 중요 이벤트가 됐지만, 나 자신으로 봤을 때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생각해야하는 방식, 생활해야하는 방식에 조금씩 균열이 난다. 

 

  결혼은 이와 같다. 유부월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다짐으로 가는 곳이기 때문에, 여행 보다는 이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상황에 따라 역이민도 가능하다. 


  이러한 선상에 놓고 봤을 때, '연애'는 여행에 가깝다. 언제든 여행을 훌쩍 떠날 수도, 그리고 나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내가 관심 없어 하던 것이나 내가 잘 모르던 것에 관해서도 데이트 상대를 통해 배우거나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악기 연주를 하는 남자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찾아 듣지 않을만한 락 음악, EDM 등을 많이 들었고, 또 좋아하게 됐다. 대학시절에는 과 대표였던 친구를 만났는데,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없고 모임에 주도적인 편인 그 친구와 지내며 내향형인 나로서는 많이 경험해보지 못할 일들을 경험했다. 또한 운동 잘하는 친구를 만나 연애하는 동안 온갖 스포츠와 레포츠를 즐기기도 했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장할 수 있으며, 반복적인 돌고 도는 일상에서 내가 잘 하지 않을 일들을 해볼 수 있다.


  반면, 결혼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민을 떠나는 것과 같다. 공유하고 경험하는 정도가 아니라, '살아야' 한다. 'trip'과 'live' 정도의 간극이다.


  아무튼, 나는 유부월드로 떠났다가, 그 세계에서 자의든, 타의든, 어떤 이유에서 나오려고 했고, 그 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던 나는, 남편이 다시 잡아끈 덕에 유부월드에 머물기로 했다. 좋게 말하면, 남편도 나도, 이혼 위기를 통해 결혼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태도와 마음의 방향을 아예 전환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