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늦은 밤
최 여사와 같이 합정에서 명동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탔다
마침 자리가 나서 둘이 사이좋게 앉았다
그런데
내 옆에 앉아있던 어떤 여자가 술에 취해
스르륵 내 어깨에 기댄다
마침 나는 최고급 거위털 파카를 입고 있었고
나의 어깨는 살이 쪄서 아주 푹신했다
그 여자는 아주 만족하듯
따뜻하고 포근한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황당해하는 나를 보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은 웃고,
최 여사는 그냥 두라고 하며
곧 내릴 건데 착한 일 하라고 해서
아내의 허락하에 나는 합법적으로
다른 여자에게 나의 어깨를 내어주었다
아무리 요즘 공유 시대이지만 어깨까지 공유하다니...
아무튼
명동역에 도착하여 우리는 일어났는데
그 여자는 그래도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저 여자 안 깨우면 2호선 타고 뱅글뱅글 돌겠는데 깨울까?"
최 여사에게 물었더니
아까까지는 아주 착한 여자인 척 다하더니
"그냥 둬, 뱅글뱅글 돌아봐야 정신 차리지"라며
나를 끌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합법적으로 바람피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