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노후 디젤 자동차의 약점은 매연이다 그래서
매연 저감장치를 달고, 일 년에 한 번 필터를 교체해 준다
언제까지 나의 이 똥차를 타고 다닐지는 모르지만,
매년 2월이면, 매연 저감장치 필터 교체를 해주는 철이다
아침 일찍 필터 교체 기사님의 전화가 왔다
"15분 후 고객님 아파트에 도착 예정입니다"
약간 경상도 사투리가 있는 씩씩한 목소리였다
잠시 후 내차 옆으로 필터 교체 서비스 차량이 들어오고
기사님은 나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빠르게 우주복으로 된 기름때가 범벅인 두툼한 정비복으로 갈아입고,
내 차의 오른쪽 뒷바퀴를 후진해서 올리고
새 필터와 장비를 챙겨 차 밑으로 순식간에 기어들어갔다
오늘은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칼바람도 부는 날인데,
차 밑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이 미안해서 집에 올라가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내려왔다
기사님은 아직 내 차 밑에서 작업 중이라 다리만 나와 있었다
"추운데 따뜻한 커피 한잔하고 작업하세요"
내가 차 밑을 보고 소리쳤다
"커피가 식기 전에 끝내고 나가서 마시겠습니다"
차 밑에서 우렁차게 들려왔다
무슨 화웅과 싸우러 나가는 관우인 줄,
그리고 잠시 후
젊은 관우는 바지를 털며 "다 끝났습니다" 하고 나왔다
50대 늙어가는 조조는 전장에서 돌아온 젊은 관우에게
아직 따뜻한 커피를 건넸다
"여기 커피" "네 감사합니다"
20대 후반의 젊은 관우는 후후 불어가며 커피를 마셨다
"염화칼슘 제설제로 나사가 부식이 심해서 작업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작업은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잘 마셨습니다"
젊은 관우는 전장의 기름때가 범벅이 된 갑옷 벗고
청룡언월도 드릴과 기타 장비들을 챙겨
50 대 늙어가는 조조를 두고 홀연히 떠나갔다
<매년 하는 매연 저감장치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