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배우 언니의 친구가 뮤지컬 초대권이 있는데,
갈 수 없다면서 갑자기 초대권이 우리 부부에게 넘어왔다
"뮤지컬 원스, 그것도 좋은 자리래",
"그런데 오늘 7시, 너무 촉박한데..."
"코엑스까지 가려면 엄청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최 여사는 그래도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하여
나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저녁 5시 반에 집에서 출발했다
드디어 코엑스에 주차한 시간이 공연 시작 10분 전,
넓은 주차장을 엄청 달려, 5층 신한 아티움에
숨을 헐떡이며 도착하니 공연 2분 전.
다행히 늦지 않아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공연장 문 앞에서
초대권을 꺼내어 직원에게 보여주고 들어가는데,
"잠시만 손님~ 죄송한데, 초대권 날짜가 다음 주입니다"
엄청 달려와 정신없는 데다 당황해서 대구 사투리가 막 나왔다
"헐 머라카노, 분명 오늘이라 캤는데요"
공연장 직원이 보기에 멀리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는데,
초대권 날짜도 제대로 안 보고, 옷차림은 집에서 막 나온 듯
추레한 시골 중년 부부가 좀 불쌍해 보였는지,
"손님 오늘 초대권이랑 바꿔 드리겠습니다"
뮤지컬 처음 보는 것 같은 시골 중년부부는 직원의 안내를 따라
이미 불이 꺼진 공연장 안으로 조심히 들어가 앉았다
공연 시작하고 10분 동안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하느라 내 머리는
이쁜 무대와 아름다운 노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여자가 우리 옆으로 뚜벅뚜벅 걸어 내려왔다
나는 속으로 저 여자도 늦게 들어왔군 근데 뭐 저리 당당하지?
생각하는데 여자 주인공의 무대 등장 신이었다
아무튼 점점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빠져들면서
저 배우들 속에 우리 집 배우 언니가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오랜만에 최 여사와의 뮤지컬 데이트는 코엑스 지하 편의점에서
시원한 콜라와 프링글스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시골 용인 집으로 내려왔다
<"뮤지컬 원스"는 기억에 오래 남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