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28(일) 10일차
일요일은 달리기 학원의 주말 공식 훈련 날이다. 6:30분까지 관문체육공원 집결!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추었는데 5:10분에 일어나졌다. 자유를 얻고 이상하게 더 바쁘고 피곤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모였고 훈련이 시작되었다.
10월에 열릴 마라톤을 위해 준비하는 100일간의 과정이 시작되는 달리기 프로그램을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달리기의 열기가 이렇게 날씨만큼이나 뜨겁다니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혼자 하면서 얻었던 부상이나 지루함이 그래도 배우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자 즐거움이었다.
목표로 세운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훈련 레시피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너무 더워서 머리가 살짝 지끈거릴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훈련을 잘 따라갔다.
나는 10월 마지막 주말에 열릴 춘천마라톤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그냥 적당히 타협한 게 아니라 신중히 나의 현재 수준을 바탕으로 도전 가능한 목표를 세웠다.
목표가 있기 때문에 확실히 주말에 자고 싶고 놀고 싶고 때론 술도 마음껏 마시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달리기에 집중한다는 게 스스로 놀랍고 신기했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나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과 같다.
일요일 훈련을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정리하고 채은이랑 청와옥에 갔다. 여전히 울상을 하고 있었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이번 일이 다시 너의 삶의 로또라며 상기시켜주었다.
나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상대의 이미지만 보고서 반해서 불나방처럼 달려들다 상처를 받기도 하고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마음 내키는 대로 돌진을 하기도 했다.
칼 융(Carl Jung)이 했던 사랑에 관한 말 중에 “인간관계에서 거리는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불타고, 너무 멀리 있으면 식어버린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 사랑의 방법을 몰라 무조건 내가 내어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주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인간은 만족을 모른다. 10중에 10을 내어주기보다 3~4를 내어주다 가끔 6~7을 내어주면 상대방은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매일 10을 해주다가 9를 해주면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이게 인간이다.
사촌 동생의 마음 아픈 연애 이야기를 통해 오랜만에 나의 젊은 시절에 했던 가슮알이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시간은 어느새 그 아픈 상처도 아련한 추억으로 만들어 주었다.
물론 계산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게 맞다만 적당한 거리 두기는 둘의 건강한 사랑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간혹 노래방에가서 부르는 김필의 ‘다시 사랑한다면’ 노래 가사처럼.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김필 다시 사랑한다면‘
밥을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세탁기에서 냄새가 나서 통 살균을 해둔 거 정리하고 빨래며 뭐 머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가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침대에 누웠다.
오전 11시쯤 잠들어 오후 3시가 되어야 일어났다.
찌뿌둥했지만 그래도 정말 푹~ 자서 개운했다.
소이방, 작은방 치우고 정리할게 아직 많은데 잔일 거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또 금방 지나갔다.
아이패드 미니 6를 당근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고 케이스를 찾는데 못 찾아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찾아서 찍어 올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세 4시가 넘었고 잠시라도 책을 읽고 밀린 일기와 독후감을 쓰기 위해 카페를 가볼까 하고 나섰다.
우선 교보 문구에 들러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까 했지만 공간도 여의치 않았고 다시 밀려오는 적막감에 지하가 아닌 트인 곳으로 가고 싶었다. 책 읽거나 간단히 업무 보기 좋다는 커피숍을 추천받아서 찾아갔다. 패드를 펴고 밀린 독후감을 썼다. 그리고 책을 읽으려 했는데 시간이 7시가 다 되었다. 정리하고 일어나 올림픽공원 언덕에 올라가서 해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했지만 생각처럼 멋진 풍광은 아니었다.
하루가 이렇게 또 지나갔다. 와이프와 아이들이 있으면 같이 놀아주고 숙제 봐주고 나의 것이 아닌 가족을 위한 것들로 하루가 가득 채워지는데 그래도 나 혼자만의 자유가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래도 미국으로 가기 전 집에 남겨놓은 찐한 흔적들이 나의 자유로운 주말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게 했지만...
욕심도 기대도 거리를 두니 마음이 훨씬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