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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카 Oct 21. 2024

자유남편 12화 _ 달리기, 책, 치통 그리고 자유 끝

24.8.11(일) 24일차

새벽 5시 기상.

평일이건 주말이건... 일찍 일어나 새벽 운동을 하다 보니 자유 남편의 일과는 이전과 다른게 없다.

달리기 학원 공식 훈련에 가서 훈련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여류롭게 집으로 돌아오는 게 유일한 프리함이다.

애들은 와이프는 일어났을까 마음 졸이며 먼저 일어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안 해도 된다는 자유 느지막이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낮잠 한숨을 잤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이번 주도 순댓국을 먹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이상하게 치아가 너무 아팠다.

아무래도 달리기를 하면서 미치는 충격 또는 압력이 잇몸과 치아에 대미지를 준거 같았다. 음식을 씹는 거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순대국을 한쪽으로 살살 달래가며 씹었다.

너무 아파서 약을 여러 개를 먹었다.

그래도 집에 있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라 서점에 갔다. 내가 뉴욕에 가는 줄 알고 어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미술관에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행에 왠지 좋은 메시지를 줄 것 같았다.

배부른 탓인지 책을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졸음이 왔다.

책의 도입 부분에 형을 잃은 슬픔으로 형을 그리워하며 시작했던 경비원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하지만 졸음이 계속 밀려와 집에서 한숨 자고 나오기로 하고 집에 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뜨거운 정오는 지났지만 태양은 더 붉게 빛날 무렵에서야 집에서 나와 서점으로 가서 나머지를 읽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비자와 항공 사전 체크인을 하고 간략한 서류를 챙기고 캐리어에 미리 일부 짐을 실어보았다. 20킬로 수준이라 냉장고에 있는 짐까지 실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24.8.12(월) 25일차

자유를 포기하는 삶

주말에 치통으로 미국 여행을 걱정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른쪽 어금니 아랫부분의 턱이 얼얼 거렸다.

그래도 꿋꿋이 달리기 할당량을 채웠다. 달리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괜히 달리기 때문에 심박이 올라가면서 압이 올라서 통증이 커지는 건 아닐지 하고...  

진통제와 소염제를 같이 복용하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약을 버티며 하루를 지냈다.

낮에는 오랜만에 보람이 형이 카톡이 왔다. 꾸준히 성실히 살아가는 게 멋지다고 칭찬을 했다.

형도 고민이 많은듯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커리어를 쌓아가야 할지

워 라벨인지 회사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

그래도 중국 상해 주재원으로 4년 차를 채워가고 있는 보람이 형은 인맥도 경험도 넓어져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며 현재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도 아무 문제 없겠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우리 둘 다 비슷했다.

자유도 돈처럼 모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스노볼 효과처럼 더 크고 나은 자유를 위해서

우리는 지금의 자유를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가고 싶어 했던 주재원의 꿈은 이직을 통해 초기화가 되었다.

그래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도전하고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나의 행복과 자유와 맞바꿔야 한다고 하더라도..

퇴근하고 미국에 가져갈 짐을 다시 꾸렸다 풀었다를 해보았다.

포터 짐꾼처럼 보따리 상이 챙기는듯한 짐들로 가득한 캐리어가 과연 무사히 미국까지 잘 가면 좋겠다는 바램뿐이었다. 내 짐은 운동복과 신발 한 켤레뿐이었다. ​​​


​​

오운완의 의미

자려고 준비를 하는데 승원이의 달리기 인증 카톡이 왔다.

그냥 누군가에게 자랑도 하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냥 그 행위 자체에서 오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기에 나에게 연락을 주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일은 나아지기를 바라며 진통제와 소염제를 먹고 일찍 잤다.



24.8.13(화) 26일차

두려움과의 대면 그리고 행운

얼굴이 각이 졌다. 도무지 안될 거 같았다.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잇몸 아래가 심하게 부어 누가 보아도 티가 확 날 정도였다. 부랴부랴 치과를 검색했다.

다행히 1년 전에 갔던 회사 앞 바로 치과의 안내 문자가 있었고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네이버 예약이 가능해서 시간을 예약했다.

출근하자마자 9~10시는 회의를 했다. 치과 예약시간이 얼른 되기만을 기다렸다.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고서 팀장도 단번에 알아보고 왜 그러냐고 물었다.

치통이 이렇게 고통스러웠는지 정말 오랜만 다시 느껴보는 거라 이전에 경험이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십 년이 넘은 기간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는듯한 느낌이었다.

대학시절 사랑니를 뽑고 마취가 풀릴 무렵 너무 아파서 길을 가다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던 게 떠올랐다. 아파서 울었다기보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자동으로 흘러나왔었다.

예약시간이 되어 치과에 갔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드디어 치과 의자에 누웠다. 치과 가는 게 이렇게 기쁘고 반가울 줄이야.

그간의 스토리를 들어보고 결정했겠지만. 나는 이를 뽑을 생각도 했었다. 다행히 치과의사선생님은 충치가 심해져서 신경까지 죽은 상태라 마취를 하지 않아도 신경치료할 때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금니 보철을 떼어내고 신경치료를 하는데 신경 아래의 악취가 빠져나올 때마다 강렬한 썩은 냄새가 느껴졌다. 거의 한 시간가량 치료가 끝나고 선생님이 70~80% 정도 신경치료가 완료되었고 임시 막음을 해두었다고 했다. 정말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단 염증으로 인한 항생제 처방이 있으니 술은 먹지 말라고 했다. 여기까지 봅을 생각을 했던 터라 술 따위야 안 먹고 말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치료를 하는 동안 나에게 말했다. “이게 오히려 행운이에요 2~3일만 늦었어도 여행 중에 더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텐데 차라리 오늘 이렇게 치료를 받고 여행을 가시잖아요. 그게 착하게 산다고 그런 운이 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착하게 살아야 해요~“라며 농담 같은 진담을 했다.

삶의 큰 경험을 이렇게 또 하게 되었다.

흘러가는 의사선생님의 농담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자유 남편 종료

개운히 치료를 받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했다. 치과 진료와 마취로 인해서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던 터라 맛있는 해장국이 먹고 싶었다.

감자탕을 먹어야 하고선 청년 감자탕으로 갈까 하다가 집 앞 장미 상가의 감자탕 집이 생각나서 그곳을 갈까 하고 상가 앞에서 고민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상가로 몰려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도 들어갔다.

시장기 덕분인지 맛있어서인지 정말 맛있게 완뚝을하고 집으로 왔다. 닉형이 잠시 볼까 했지만.. 짐을 꾸리다 캐리어 손잡이가 부러졌다.

임시방편으로 캠핑 노끈으로 부여 매었지만 짐도 싸고 이걸 마무리하면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 다음에 보자고 했다.

가방 손잡이를 모두 수리하고 짐을 다시 꾸렸다. 이번엔 내 짐도 모두 꾸리고 샤워하려던 차에 다운이한테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어색했다. 내일이면 만난다는 게 어색하고 떨리고 기대되고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의 자유가 끝이 났다.

나의 자유시간을 되짚어 보면 달리기, 책, 치통이 전부라 대단한 게 없었다.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고 나도 엄청 기대했었던 자유로운 시간은 평범한 시간이었다.

마치 파랑새를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파랑새는 늘 내 옆에 있었다. 다만 그 자유를 느끼지 못했을 뿐.

다시 와이프와 아이들이 돌아와서 지지고 복으며 지내게 되더라도 자유를 갈망 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친구들을 만나 술 마시고, 여행을 가고 질펀하게 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후회가 없었다.

나는 이미 변해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일들이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24.8.14(수) 27일차 마지막 날

새벽에 살짝 통증이 느껴졌는데 아침에 알람 소리에 일어날 때는 치아 치료받은 부위가 욱신거렸다.

그래도 어제보다 나아진듯한 게 느껴졌다.

차를 가지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러닝머신으로 오늘 달리기를 하기로 맘먹고 어제 챙겨둔 옷과 신발을 신고 회사 헬스장으로 향했다.

갈 때마다 보이던 아저씨는 오늘도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었다.

간단히 몸을 풀고 오늘의 운동을 시작한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어제만 해도 어떻게 달리기 때문에 더 심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오늘은 그런 마음은 줄어들고 다시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하루 쉬었던 탓일까? 아니면 그간 누적된 피로 탓일까?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고 뿌듯함을 느꼈다.

하루 반나절의 업무를 마치고 말복이라 팀 중식과 커피까지 얻어먹고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냉장고에 넣어둔 것까지 보냉백에 넣어 캐리어에 다시 넣어 짐을 마무리하고 샤워를 하고 버스를 타로 갔다.

말복 덕위에 땀으로 목욕을 한듯했다. 버스 한 대가 꽉 차서 먼저 보내고 두 번째 버스에서는 여유로운 좌석이라 넓게 편하게 앉아서 공항으로 향했다.

이상하게 앞으로 10여 일간 지낼 미국 여행이 시작되는 이 순간이 근래 들어 마음이 가장 평온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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