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런 날이 있죠. 너무 지치고 힘든 날.

기충전이 필요해

by 고카




매일 하루를 써 내려가는 느낌보다는 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 철학관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루에 틈이 나면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하면서 소재거리를 계속 떠올려 본다. 어떤 때는 여러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정말 쓸만한 이야기가 없기도 하다. 그런 날도 있고 저런 날이 있듯 나의 컨디션이 탄산수의 청량함처럼 팡팡 터질 때도 있고, 김빠진 콜라처럼 이 맛도 저 맛도 아닐 때가 있다.


나의 새벽 루틴은 4시 40~50분쯤 기상하고 준비하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시작한다. 때로는 수영을 가기도 하고 정말 어~~쩌다 한번은 자전거를 타기도 하지만 보통의 루틴은 달리기다. 달리기를 하고 나서 느껴지는 개운함은 새벽 루틴을 이어가는 좋은 연료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달리기하러 나가기 힘들 때가 있다.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다가도 다시 눕고 싶고 신발을 한 짝 신으면서도 고민을 한다. 마지막 신발 한 짝을 다 신고 끈을 매면서도 고민을 한다. 그럴 땐 그냥 익숙해진 습관에 나를 맡긴다.


지난 주말에 10k 대회 이후로 몸이 너무 피곤하고 오랫동안 아파졌던 하복근이 여전히 아프다. 동작을 크게 하고 싶어도 통증 때문에 천천히 달래며 뛰기 시작했다. 며칠 전 느꼈던 아파트 단지의 울창한 나무와 아름다운 새소리는 오늘따라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나의 달리기 코스를 따라 몸이 가는 대로 갔다. 오늘은 힘들면 걷고 그러다가 멈추기도 할 생각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화장실도 들르고 가다가 저 멀리 동쪽에서 피어나는 파스텔톤의 붉은 양귀비 색을 띤 해를 핸드폰 사진에 담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냥 무거운 몸처럼 마음도 무거웠다.


’실전은 기세야 기세~’ 영화 기생충에서 학생에게 과외를 하는 모습 중 인상 깊었던 최우식의 멘트처럼 기가 중요한데 기가 딸리는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런 날이 있다. 뭘 해도 꼬이고 잘 안되는데 힘도 빠지고 너무 지치고 힘든 날. 그런 날인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맞서기보다 때로는 이런 상황이 지나갈 수 있도록 잠시 나를 쉬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동안 너무 바쁘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좀 쉬어라~’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지난 주말 10km 달리기 대회에서의 경험이 나의 생활 속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초반에 너무 몰아붙이다가 후반에 지쳐 퍼지고 말았다. 물론 짧은 거리라서 꾸역꾸역 참고 레이스를 마치긴 했지만 그 여파가 이어지는 듯했다.


20살 군 입대를 앞두고 동아리 회식자리에서 복학생 대 선배님이 인생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그 선배의 이름은 까먹은 지 오래지만 그 선배의 말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강한 쇠보다 유연한 갈대가 오히려 부러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굵고 짧은 인생과 얇고 길게 롱런하는 인생을 비교한다. 둘 중에 하나를 취사하기 보다 둘의 장단점을 고루 잘 활용하면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간 나를 무쇠처럼 담금질했더라면 당분간은 갈대처럼 나를 살살 달래줘야겠다. 그래야 다시 또 기를 얻어 기세를 몰아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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