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호한마마가 왜 무섭게?

학질(말라리아)에 대하여

by 고카



나는 헌혈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나름 62회차 헌혈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며칠 전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말라리아 항체 검사 양성!

뭐? 양성이라고? 헌혈을 더 못할까 봐 첫 번째로 걱정이 되었고, 두 번째는 그동안 내가 너무 피곤하고 두통이 오래가며 가끔씩 오한/발열/근육통이 좋아졌다 나빴다를 반복했기에 그냥 넘길 일이 아닌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 겁이 났다. 마침 어제 용기라는 단어로 나 스스로를 미루고 귀찮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임해보자는 마음가짐을 먹었기에 오늘도 몸 상태를 보고서 의료기관에 문의를 하기로 다짐했다.


첫 번째로 대한적십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나: “말라리아 항체 검사에서 두 번 연달아 양성이 나왔어요. 이런 경우가 있나요? 그리고 말라리아 증상에 해당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요“

적십자: “검사가 신뢰도가 낮아서 꼭 말라리아라고 확신할 수 없고 양성이라고 해서 감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거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세요~”

뭐 시원한 답변은 아니고 상투적인 챗봇의 대답과 같았다.


두 번째로 질병관리청에서 안내해 준 인근 지역 거점 병원으로 안내받은 아산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나: “헌혈 시 진행하는 말라리아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데요, 해당 증상도 있어서 검사를 받고 싶은데요~”

직원: “내일 오전 또는...”

나: “제가 회사 때문에 바로 갈 수가 없어서 혹시 금요일 오후 일정은 가능할까요?

그렇게 일정 조율만 하다 통화를 우선 마무리했다. 상급병원이라 오려면 일반 내과 가서 소견서를 가지고 와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에 말라리아를 검색해 보니 보건소에서 말라리아 항체 검사를 한다고 했다. 신속 항원키트로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신뢰도는 95% 수준이라고 했다. 오전에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오후에 일찍 나서려 하는데 역시나 사수의 블로킹에 급한 업무까지는 쳐내고 부랴부랴 서울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옛 비디오에 첫 장면에 나왔던 호한마마의 두려움에 대해서 현대의학과 공중보건 수준의 향상으로 그 두려움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 관련 증상과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아찔하고 무서웠다. 과연 말라리아일까? 아닐까? 병명이야 무엇이든 간에 이제는 몸이 하는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이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매일 새벽 일어나 땀 흘리며 달리기를 하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찌뿌둥하고 지끈거리는 두통과 밤사이 뒤척거림에 피곤함이 남은 채로 겨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게 되면서 그간 쌓아온 새벽 루틴을 잃게 되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평범했던 나의 하루 루틴이 소중한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시시포스의 저주로 여긴 삶이 정말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라는 게 이름 모를 병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쩌면 가족 모두 건강히 지내는 게 기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어제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빠는 너희들이 건강히 잘 먹고 잘 지내는 게 기적 같아~“ 그랬더니 둘째가 말했다. ”기적이 뭐야? 기저귀?“ 그 천진난만함에 미소까지 얻고선 타이레놀 한 알 먹고 밤새 끙끙댔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7화 47. 건축 탐구 ‘집’, 내 마음 탐구 ‘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