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소개팅만 50번 그 결말은..

마지막소개팅

by 고카





이별의 아픔이 조금 아물어갈 무렵 어서 좋은 반려자를 찾아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소개팅을 50번 넘게 하게 되었었다. 소개팅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공통점은 공허함이다. 감정노동처럼 나를 표현하고 상대와 맞추어 이야기하다 보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금세 구분이 된다. 하지만 형식상의 식사 자리와 커피타임까지 가지다 보면 서로 긴장하고 스트레스도 받기 마련이다. 그렇게 소개팅을 하고 실패한 뒤 밀려오는 쓰라린 마음 때문에 소개팅은 더 이상 하지 않으리 다짐했었다.


그 당시엔 퇴근시간이 언제인지 장담할 수 없었던 때라 저녁 약속이라는 건 잡기 힘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일찍 하면 회사 기숙사 근처에서 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한강까지 자전거를 싣고 나가 라이딩도 하고 주말에는 등산도 다녔었다. 외로움이라는 허전함은 있었지만 소개팅에서 느꼈던 기운이 빠지고 나의 감정이 소모되는 일은 없었다. 그냥 내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여기저기 다양한 취미를 할 수 있어 즐거웠다.


대윤이 형이 오랜만에 소개팅을 제안했다. “진짜 괜찮아. 나 아무나 안 해주는 거 알잖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해봐~” 형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이전에 소개팅해 줬을 때 정말 괜찮은 사람을 해준 적이 있었다. 잘 안되긴 했지만 그래도 형의 소개팅은 믿을만했었고 형이 웬만하면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강조해서 꼭 하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등 떠 밀리듯이 소개팅에 나서게 되었다. 소개팅에 나온 여자분은 사진과 비슷했다. 보이쉬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모습 잘 웃고 성격도 털털했다. 고향이 가까운 지역이었다. 대윤이 형은 아마 이점도 소개팅을 주선하는데 염두 했던 포인트였을 것이었다. 첫 만남은 성공적이었고 두 번째 만남은 같이 고향에 내려갈 때 내가 차를 태워가기로 했었다.


“딸은 엄마를 보면 어떤지 알 수 있어!” 아버지가 이 말씀을 하셨었다. 그때 한창 즐겨보았던 김창옥 교수의 세바시 강연에서 사람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은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계절의 변화 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고 했었다. 고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의 성격이 딱 김창옥 교수가 하는 모습과 같았다. 거기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에 비추어보면 이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나는 그 당시 경차 모닝을 타고 다녔다. 몇 번의 만남에서 내 차가 모닝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경차 타는 사람을 만날 줄이야~“ 물론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젊을때 넘치는 자존감에 그 말은 나에게 상처 나 충격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사람을 볼 때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볼 줄 아는 게 중요한데 그러지 못한 사람은 만나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경차타고 장거리라 힘들었을법했음에도 소개팅녀는 그런것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늘 오래 걸리고 멀었던 고향 가는 길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50번 넘게 소개팅을 하면서 나의 이상적인 반려자를 만나는 게 가능할까? 남녀가 만나 둘이 사랑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대윤이 형이 강하게 밀어붙여 등 떠밀리듯 했던 소개팅에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옛말에 ‘짚신도 다 짝이 있다~’하듯이 제짝을 만나서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산 넘어 산이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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