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예술이야 (Nick형)

by 고카


모두가 룸메이트를 찾아서 방을 배정받아서 강의실에서 나가고 있었다. 희망하는 사람과 함께 배정을 해준다는 우선권을 주었지만 나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고민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초조해졌다. 운에게 나를 맡겼다.‘ 어차피 나는 한국 사람하고 어울리지 않고 영어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며 마음을 다독였는데 그때 필리핀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부터 나의 주변에 앉아 있던 훤칠했던 사람이 계속 나를 눈길질 하는 것 같았다. 계속 한사람 두 사람 배정되어 나가고 마지막 서너 명이 남았을 때 훤칠했던 그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같이 룸메 할래요?“

’여기까지 오는 여정에 지켜봤을 때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던 인사로 보였는데 왜 나한테 같이 쓰자고 하는 거지?‘라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부산에서 온 다른 1명의 유학생과 함께 쓸 3인실에 우린 배정이 되었다. 그렇게 우린 같은 방에 배정되었다.


방에 들어가니 어색함이 맴돌새도 없이 서로 통성명을 했다. 난 EE(MBTI에서 E) 그 사람은 EEE였다. 서로의 와꾸?를 슥 재보고서는 형과 동생이 되었다. 나보다 두 살이 많은 경영학과 선배였다. 대학교에서 방학기간을 활용해서 교환학생을 보내주었던 그 필리핀의 유학 생활은 처음 탔던 비행기에서 느끼지 못했던 설렘과 걱정이 그날의 해와 함께 안도감으로 넘어갔다. 형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전부터 공항에서 오는 길에 느꼈던 인싸&극외향적인 성격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왠지 이 사람도 노는 거에 진심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슥 물어보았다. ”형 클럽 좋아해요?“ 역시나 보이는 답에 대한 질문이었다. ”응 좋아해~ 너는?“


“저는 환장해요~” 그렇게 우리는 학교 앞에 있던 클럽의 죽돌이 임을 서로 밝혔지만 의아하게도 우린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거였다. 그 당시 한참 유행했던 강남 홍대와 같은 클럽이 아니라 락카페 같은 호프집 분위기 나는 곳에서 앞에 무대 쪽이나 테이블 근처에서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했던 정말 핫했던 곳이었는데 분명 마주쳐도 여러 번 마주쳤을 텐데 서로 몰랐다는 게 아직까지도 술안주 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영어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나의 다짐은 결국에 지켜지지 못했다는... 웃픈 과거 이야기가 되었지만 지금도 그곳에서 만났던 그 형과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한 명까지 3명이서 삼총사처럼 지내고 있다.


병원에서 답답해서 휴게실에 나와 앉아 있는데 어르신들이 불후의 명곡을 보고 계셨다. 마지막 코너로 싸이가 나왔고 마지막 곡으로 ‘예술이야’를 불렀다. 형과 가끔 노래방 갈 때마다 부르는 노래다. 형이 생각이 났다. 형의 삶은 그 노래와도 같다. 늘 항상 업텐션이다. 늘 주변에 좋은 이야기 긍정적인 이야기 흥도 한가득이다. 다만 부작용은 그런 흥을 즐기다가 살이 90킬로대에 육박하면서 20대에 봤던 모델처럼 잘생긴 그의 얼굴은 살에 파묻혀 훤칠함이 사라졌다. 하지만 가끔 힘들고 고민이 있으면 형을 찾아가면 위안과 힘을 얻고 오게 된다.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할 정도다. 형의 삶이 내일의 예술보다 오늘의 예술을 즐기고 부정적인 것보다 아름다움을 찾는 건 힘들게 홀어머니와 함께 커왔던 학창 시절이 컸다. 아버지가 고등학교 때 갑자기 돌아가신 뒤 느꼈을 빈자리의 아픔에서 형은 죽음에 대한 태도 즉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던 것이다. 내일의 기쁨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나에게 몸소 알려주고 있다.


건강하다 자부하고 무리해서 내 몸 하나 제대로 못 돌보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고, 그렇게 입원한 병동의 휴게실에서 우연히 듣게 된 ’예술이야‘를 들으며 내 삶의 그동안 부족했던 용기로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아니 더 멀리로 미뤄내며 지내온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퇴원하게 되면 오늘의 행복에 90킬로를 찍은 형에게도 건강을 위해 같이 운동할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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