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나에게 미안하다.

by 고카


태어나 처음으로 병원 해본 것이었다.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간 병을 키워 입원까지 했다는 것에 내 스스로가 참 우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6월 초부터 오한발열두통 미열이 간헐적으로 반복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무거운 몸 두통이 사라지지 않아 불안했다. 감기약으로 나아지지 않는 데다가 안 그래도 바쁘고 스트레스받았던 업무로 새벽 운동도 중단하고 컨디션 회복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2~3일 사이로 좋다 안 좋다가를 반복하다 6/13일 광화문 뮤지컬 보러 갔다가 컨디션이 좋아진듯해서 헌혈행사 팝업을 보고 헌혈을 하려다가 "작년 11월에 했던 헌혈에서 말라리아 신속 항체 검사 양성이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너무 놀라 어떻게 해야 하냐 물으니 검사의 신뢰도가 높지 않아 몸 컨디션에 따라 간혹 양성이 뜰 수 있다고 하셨고 ”다시 피검사를 해서 양성 뜨면 하실 수 있어요“라고 해서 검사하고 이틀 뒤에 받아본 결과 메시지에서 ‘양성‘을 확인했다. 그동안의 나의 증상을 유추해 봤을 때 왠지 말라리아가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고열이 치솟는 것도 아니고 정말 어중간한 미열과 두통이 나를 괴롭혔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일들도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나이를 먹다 보니 몸의 이런 반응들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몸의 증상이 말라리아인 건가라는 불길한 생각과 함께 증상은 지속되었다. 그렇게 6/17일 화요일이 돼서야 도무지 힘들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에 일찍 퇴근하고 보건소에서 하는 말라리아 신속검사를 했다. 말라리아에 대한 정보가 없어 검색을 하니 지역 보건소에서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고 가면 검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서 차라리 양성이 나오면 그걸로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몰라 보건소에 가기 전 전화로 문의도 하고 상황도 설명했는데 막상 보건소에 검사하러 왔다니 의아해했다. 역시나 행정적인 홍보와 캠페인이었다. 검사 자체도 신속 항원키트라 오히려 헌혈차에서 채혈 해서 했던 것보다도 낮을듯했으나 증상을 빌미 삼아 양성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과는 음성. 결핵이나 폐렴이라면 가래에서 피가 나오거나 기침을 했을 건데 기침의 증상이 크게 없었다. 다만 오른쪽 갈비뼈 아래 흉막 쪽이 찌릿했다. 혹시 폐렴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음성임을 확인했음에 차라리 영양수액이라도 맞으려 내과에 들러 경유를 설명했다. “수액이 아니라 말라리아 확진검사를 해보세요~“라며 의뢰서 한 장과 함께 병원을 나왔다. 말라리아 검사가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중급 병원 이상인 곳에서 혈액검사로 진행해야 하는데 외래로 예약을 잡고 가야 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아산병원 응급실에라도 가려고 줄을 섰다. 두발로 그나마 멀쩡히 발열이라고 종이 한 장의 소견서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내 앞에 10명이나 대기하고 있었다고 했고 그중 3명의 구급차로 와 구급차에서 대기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찾게 퇴짜를 먹고 어떻게 하지 고민을 했다.


금요일의 검진 휴가와 차주의 오전 반차 예정으로 인한 회사일 정의 부재가 마음에 걸렸다. 가까운 시간으로 조절하고 찾다가 아산병원 다음 주 수요일(6/25) 일정을 잡았다. 그때까지 기대리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 혹시 몰라 네이버 블로그와 맘 카페 등을 뒤졌다. 정보고 너무 없어 댓글에 댓글까지 파다 보니 파주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보니 당일에 입원 진료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파주의료원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말라리아 증상이 의심되어 확진검사를 받고 싶어요. 금요일에 예약 가능할까요? 당일도 가능한가요?” 염려되는 마음으로 걸었던 전화에 상담원의 답변은 시원했다. “당연하죠” 서울에서 펼쳐지는 의료 파업의 여파가 다행히 파주에는 닿지 않았었다. 이것도 참 바보 같지만 정해진 일정을 바꾸기도 싫었고 그냥 몸 상태가 안 좋은데 정밀검사가 되지 않을까 한 생각에 오전에 건강 검진을 하고 끝나자마자 파주로 향했다. 어찌 보면 나의 제2 제3의 고향? 과도 같은 파주였다. 군 생활과 회사 생활로 그쪽 방향으로 보고 오줌도 놓기 싫었던 파주가 포근했다.


접수를 하고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한 뒤 채혈과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피검사는 오후에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1내과 선생님은 오후에 휴진이라 3번 진료실 선생님께 결과를 들으라고 했다. 다시 치료를 못 받을까 하는 불안감에 “결과가 말라리아 면 처방받을 수 있는 거죠?”라며 물었고 선생님은 피검사 결과가 맞으면 그에 맞는 처방이 나올 거니 걱정 말라 하시고 검사를 했다. 한시 반이 되어 3번 방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선생님과 만나 결과를 들었다. “말라리아 음성이네요~” 선생님의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라리 말 라리였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원인이 다시 불명확해지면서 두통이 크게 밀려왔다. “엑스레이를 보니 오른쪽 폐 하부가 하얀색 음영을 보이고 있었다. 갑자기 3년 전 엄마의 폐 사진 속 음영이 스쳐지나며 그곳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고 의사선생님도 폐렴을 의심하셨다. 다시 채 열해서 관련된 검사를 다시 하고 CT도 찍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결과를 보고선 “폐렴으로 사료됩니다. 입원하셔서 치료받으세요~”라고 하셨다. 혹시 모를 입원을 예상했지만 집에서 머나먼 파주에 입원을 하려니 걱정이 되어 집 근처 병원을 알아보았다. 전화 여러 곳을 돌려보았지만 의료 파업의 응급이 아니면 외래 진료 후 입원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금요일 오후라 불가능했다.


경기의료원 파주병원에 입원을 했다. 생각해 보니 처음 해보는 입원이었다. 입원이 확정되고 나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누워 쉬고만 싶었다. 그동안 시름시름 앓아왔던 20여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냥 나를 그동안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상투적인 “입원해서 그냥 편하게 푹 쉬세요~”라는 말이 마음과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갑자기 내 나이 무렵의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그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어찌 보면 나를 이렇게 살살 아프게 하고 저 멀리 파주까지 오게 한 건 그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오롯이 나 혼자만의 휴식을 가지라는 내 몸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내 몸의 목소리는 ‘무엇을 하고 싶고 먹고 싶지 않아. 심지어 술도 생각이 없어. 라면도 치킨도’ 그저 그냥 쉬고만 싶었다. 그렇게 그냥 온전히 나를 대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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