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wig and the angry inch / 헤드윅 (2001)
사람의 정체성에서
혹은 사랑의 정체성에서
성별이 그토록 절대적이라는 건
지극히 당연한 듯하면서도, 글쎄
이상한 일이다.
나의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혹은 너의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는 걸까.
사랑이 내 영혼의 본질이라고 큰소리치지만
실은 아무런 배역도 없이
정해진 대본도 대사도 의상도 없이
무대 위에 홀로 서는 두려움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본질.
[여자] 혹은 [남자] 행세를 하며
[여자]를 혹은 [남자]를 사랑하는 척하며
역할에 인격을 불어넣으며
무대 위를 끊임없이 빙빙 돌며
웃고, 떠들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고통받으면서
가끔은 무대에서 도망치기를 꿈꾸지만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무대를 사랑하는 우리는
천생 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