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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ug 24. 2020

윈터 슬립


Kis Uykusu / 윈터 슬립 (2014)






관계의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그러니까 인생의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아니, 인간의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결국,


'위선'이라는 두 글자가 떠오른다.


그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순순하다고 해도 좋다. 


심지어 아이들도 위선적이다. 


그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슬픈 것은 우리가 위선적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위선을 숨길 능력이 지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서로 뻔하게 까발려져서


천박하고 초라한 가증이 바닥을 드러내고


우리는 그 모습을 감추기 위해 더 위선적이 되거나


혹은 위선에서 벗어나고자 더 솔직해지지만


솔직은 오히려 위선보다 좋지 않기 마련.


왜냐고? 저런, 잘 알다시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위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위선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수 없으며


잠시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애하는 당신이 나를 경멸한다 해도


나 자신이 나를 경멸한다 해도


우리는 오늘도 진실한 위선으로


혹은 위선적인 진실로


또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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