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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Oct 28. 2020

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Ueber Berlin 베를린 천사의 시 (1987)






신은 왜 완전한 천사를 만들어 놓고


만족하지 못하여


다시 불완전한 인간을 만들었는가.


완전한 천사들은 왜 불멸의 시간에


만족하지 못하여


타락한 인간이 되는가.


왜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꼭 인간이 되어야 하며


어째서 보살은 부처가 될 수 있음에도


세속에 남아 끝없이 윤회하는가.


천사들도 보살들도 모두 인간을 질투하였어라.


그들은 인간의 고뇌와 고통과 사랑과 분노의 열렬함을


찰나의 생명력과 영원한 죽음의 비장함을 시기하였어라.


그리하여 그들은 인간이 되기 위해 차가운 먼지 바닥 위로 자신을 기꺼이 내던진다.


기꺼이?


하하, 헛소리.


우리는 스스로를 갖은 방법으로 미화해놓고 마치


우리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진정 완전한 것처럼 뻐기고 싶어 하지.


신도 천사도 부처도 모두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어 놓고는


신도 천사도 부처도 모두 인간의 사랑을 원한다고 믿고 싶어 해.


완전함의 불완전함과 불완전함 완전함을 주장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언어도단의 경지.


그래, 우리는 비루한 우리 자신을 그토록이나 사랑하는구나.


그래, 나는 비루한 나를 그토록이나 사랑하는구나.


정말 이거야 말로 눈물 나도록 시적인 자위행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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