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곡도 Nov 02. 2020

괴담


怪談 / 괴담 (1964) 






유령은 누군가 죽는 순간의 상념이 


이 세상에 화상 자국처럼 남은 것이다.


자국, 흔적, 상처.


유령이 생전의 그 사람은 아니며 


그 사람이 유령이 된 것도 아니다.


다만 유령과  유령을 목격한 사람만이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영화도 누군가 사는 동안의 상념이


이 세상에 화상 자국처럼 남은 것이다. 


자국, 흔적, 상처.


그것은 유령처럼


구겨지고 뒤틀려서 기묘한 무늬를 그린다. 


그 무늬가 너무나 아름답고 진귀할 때


자국이 더 진한 자국을, 흔적이 더 진한 흔적을


상처가 더 진한 상처를 남길 때


외부의 경계가 무너져내려 내면으로 가라앉을 때


우리는 상대가 유령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


사랑에 빠진다. 


언젠가 정체가 밝혀진 유령이


낡은 옷자락만 남겨두고 다시 눈보라 치는 저 산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베를린 천사의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