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은 누군가 죽는 순간의 상념이
이 세상에 화상 자국처럼 남은 것이다.
자국, 흔적, 상처.
유령이 생전의 그 사람은 아니며
그 사람이 유령이 된 것도 아니다.
다만 유령과 유령을 목격한 사람만이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영화도 누군가 사는 동안의 상념이
이 세상에 화상 자국처럼 남은 것이다.
자국, 흔적, 상처.
그것은 유령처럼
구겨지고 뒤틀려서 기묘한 무늬를 그린다.
그 무늬가 너무나 아름답고 진귀할 때
자국이 더 진한 자국을, 흔적이 더 진한 흔적을
상처가 더 진한 상처를 남길 때
외부의 경계가 무너져내려 내면으로 가라앉을 때
우리는 상대가 유령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
사랑에 빠진다.
언젠가 정체가 밝혀진 유령이
낡은 옷자락만 남겨두고 다시 눈보라 치는 저 산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