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언제나 다짐하면서도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떠드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입이 근질거린다.
신도 죽고, 국가도 죽고, 윤리도 죽고,
이제 자유롭지만 그 자유를 딱히 쓸 곳이 없는 우리에게
간신히 하나 남은 것이 사랑.
보고 있노라면 별로 대단한 것도 없는데.
외로움에게 거울을 선물하는 것처럼
자기만족과 자기기만 사이의 파도타기, 아마도 그 울렁증을 즐기는 거라고
그렇게 짐작은 되는데.
사랑이란 그저 그림자 간의 우연한 접촉.
불완전한 단어의 조각들이 만나서 완성되는 무의미한 어떤 단어.
확신 속에서 의심을, 다시 그 의심 속에서 확신을 찾는 한가함.
그러나 그 모든 우연과 무의미와 의심이 한줄기 바람이 되어 불어 닥칠 때
낙엽을 모두 날려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겨놓을 때
돌연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려 나가서
바람을 날개처럼 등 뒤로 펄럭이며 비상과 추락을 구분하지 않고
허공 한가운데 솟아있는 벽을 향해, 거울을 향해,
누군가를 향해 도약할 때
그 찰나의 순간을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부르나 보다, 하고 (다분히 감상적으로)
짐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