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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Dec 08. 2020

분노



怒り / 분노 (2016)





이것은 불신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믿음에 대한 고발이다.


상대방을 의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믿었기 때문에 고통받아 마땅하다.


자기 편한 대로 상대를 얕보는


무신경한 믿음.


누군가를 믿지 않았다면 불필요했을 드라마들이


자신의 편리와 기만을 따라 켜켜이 쌓여간다.


나는 결국 그 살인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살인자일 수 있다.


혹은 결국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분노는 나를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멋대로 믿어버리고는 내가 아닌 자신의 믿음에게 미소 짓는


그 선의의 뻔뻔함 때문에 일어난다.  그리하여


예측 가능함의 무례함을  


예측 불가능의 겸손함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어쩌면 그 누구일지라도 상관없이


믿고 싶으면 믿어버리는 그 올곧은 당당함이 미워.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어쩌면 그 누구일지라도 상관없이


믿고 싶으면 믿어버리는 그 다정한 비겁함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네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니.


어떻게 내가 구원받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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