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오웬
마지막 언덕 그늘 앞에 멈춰
밥을 먹고 아무렇게나 누워,
편안한 가슴팍과 무릎을 찾아 베고
맘 놓고 잤다. 그러나 또 여럿이 서서
등성이 너머로 적막하고 텅 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발길은 세상의 끝에 도달해 있었다.
놀라움 속에 서있었다. 오월 훈풍에 출렁이는
긴 풀을 보았다. 벌과 날파리들이 웅얼거렸다.
여름은 마치 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주사약처럼
그들의 혈관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바로 눈앞에 펼쳐진 풀밭이 그들의 영혼을 아프게 짓눌렀고,
하늘의 신비로운 거울은 두렵게 번쩍였다.
몇 시간이나 그들은 따뜻한 들판을 응시했다. -
그리고 뒤로 뻗은 먼 계곡을. 그 곳의 미나리아재비는
행군하는 느린 군화를 금빛으로 축복했었다.
작은 가시풀까지도 물러서지 않고
슬픈 손처럼 매달렸었다.
병사들은 미동도 않는 나무처럼 숨쉰다.
드디어 찬 바람처럼 짧은 말 한 마디가 아프게 찌른다.
몸뚱이마다 그 영혼을 일으켜 세워
전투에 대비하여 긴장한다. 경계 나팔도,
높은 깃발도, 시끄러운 재촉도 없건만,
단지 태양을 마주했던 눈이
사랑을 끝장 낸 친구처럼 치뜨고 번쩍이는 것뿐.
아, 태양에 맞선 그 미소는 더 널리 빛났다.
병사들은 태양의 관대함을 거부했고
그의 웃음은 태양보다 더 강대한 것이었다.
하여, 그들은 곧 언덕을 넘어 다같이 달렸다,
탁 트인 향기로운 초장 너머로.
그 순간 온 하늘이 그들을 향한 분노로
불타올랐다. 지구는 그들의 피를 받으려고 불시에
천 개 만 개 그릇을 늘어놓았고, 푸른 구름은
깎아지른 벼랑으로 갈라져 무한한 공허에 뻗쳤다.
그 마지막 고지에서 뛰어가면서
보이지 않는 총알에 달려든 자, 또는 지옥의 파도,
그 뜨거운 바람과 광기를 타고 솟아오른 자,
또는 이 세상 가장자리 너머로 자맥질한 자들은
다시 떨어지기도 전에 신이 붙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랴, 실존의 경계를 너무 빨리 뛰어넘어
미처 가라앉지 않은 자는? 몸뚱이째로
지옥으로 달려들어간 저 몇 사람은?
거기서 초인적 비인간으로써
오랜 영광과 유구한 수치로써,
지옥의 모든 악마와 불길을 더 악독하게 이겨낸 자는?
그리고는 어슬렁거리며 돌아와
차차 스스로 놀라며 침착을 되찾은 자는?
왜 그들은 거꾸러진 전우들에 대해서는 말을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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