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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an 08. 2021

춘계 대 공세

오웬





    춘계 대 공세


                                      오웬




마지막 언덕 그늘 앞에 멈춰

밥을 먹고 아무렇게나 누워,

편안한 가슴팍과 무릎을 찾아 베고

맘 놓고 잤다. 그러나 또 여럿이 서서

등성이 너머로 적막하고 텅 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발길은 세상의 끝에 도달해 있었다. 



놀라움 속에 서있었다. 오월 훈풍에 출렁이는

긴 풀을 보았다. 벌과 날파리들이 웅얼거렸다.

여름은 마치 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주사약처럼

그들의 혈관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바로 눈앞에 펼쳐진 풀밭이 그들의 영혼을 아프게 짓눌렀고,

하늘의 신비로운 거울은 두렵게 번쩍였다.



몇 시간이나 그들은 따뜻한 들판을 응시했다. - 

그리고 뒤로 뻗은 먼 계곡을. 그 곳의 미나리아재비는

행군하는 느린 군화를 금빛으로 축복했었다.

작은 가시풀까지도 물러서지 않고

슬픈 손처럼 매달렸었다.

병사들은 미동도 않는 나무처럼 숨쉰다.



드디어 찬 바람처럼 짧은 말 한 마디가 아프게 찌른다.

몸뚱이마다 그 영혼을 일으켜 세워

전투에 대비하여 긴장한다. 경계 나팔도,

높은 깃발도, 시끄러운 재촉도 없건만,

단지 태양을 마주했던 눈이

사랑을 끝장 낸 친구처럼 치뜨고 번쩍이는 것뿐.

아, 태양에 맞선 그 미소는 더 널리 빛났다.

병사들은 태양의 관대함을 거부했고

그의 웃음은 태양보다 더 강대한 것이었다.



하여, 그들은 곧 언덕을 넘어 다같이 달렸다,

탁 트인 향기로운 초장 너머로.

그 순간 온 하늘이 그들을 향한 분노로

불타올랐다. 지구는 그들의 피를 받으려고 불시에

천 개 만 개 그릇을 늘어놓았고, 푸른 구름은

깎아지른 벼랑으로 갈라져 무한한 공허에 뻗쳤다.



그 마지막 고지에서 뛰어가면서

보이지 않는 총알에 달려든 자, 또는 지옥의 파도,

그 뜨거운 바람과 광기를 타고 솟아오른 자,

또는 이 세상 가장자리 너머로 자맥질한 자들은

다시 떨어지기도 전에 신이 붙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랴, 실존의 경계를 너무 빨리 뛰어넘어

미처 가라앉지 않은 자는? 몸뚱이째로 

지옥으로 달려들어간 저 몇 사람은?

거기서 초인적 비인간으로써

오랜 영광과 유구한 수치로써,

지옥의 모든 악마와 불길을 더 악독하게 이겨낸 자는?

그리고는 어슬렁거리며 돌아와

차차 스스로 놀라며 침착을 되찾은 자는?

왜 그들은 거꾸러진 전우들에 대해서는 말을 않는가?







* 좋아하는 시를 댓글로 소개해 주시면 소중하게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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