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다만 간직하고 싶은 추억뿐만 아니라
지우고 싶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
마치 이런 내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내 자신이듯
자신을 미워할 순 있어도 부정할 순 없듯
그래도 아둥바둥 힘껏 살아남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되지만
추억으로 웃어 넘기려 하지만
그것이 상처임을
범인을 알 수 없는 상처임을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임을
그리고 그 상처마저 내 자신임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추억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연민에 관한 이야기다.
죽은 자들 뿐만 아니라
무고한 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연민.